도담은 아차, 싶었다. 무례했다. 어쩌면 승주는 자신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한 걸 수도 있었다.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며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 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한 치도 변하지 않았구나. 도담은 익숙한 자기혐오에 쉽싸였다. 왜 그랬을까. 상처를 받고 위험을 피하려는 승주의 모습이 나와 비슷해서 싫었을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승주에게 다른 뭔가를 기대했던 걸까.
정대건 [급류]
누구나 제각각 특이하고 제각각 아프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예민하다. 누구에게도 꺼내놓기 어려운 비밀 하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공감은 그래서 어렵다. 타자의 이야기를 마음 깊이 받아들인다는 것. 주파수가 같아야 함께 진동할 터인데. 사실 주파수는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상처를 자랑으로 내세우는 최악만큼은 피해야 한다. 공감은 못해도 냉소를 흩뿌리면서 건너오지 못할 결계를 치지는 말자. 얼마나 가난한가.
뜨겁게 사랑하지는 않아도 좋다. 상처 받은 사람들 투성이, 힘든 사람들 천지인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는 도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라 여기는지도 모른다.
물론 애써 따뜻한 사람인양 연기를 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그저, 괴물이 되지는 말자. 그러지만 말자.
낯선 타인에게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적어도 가족에게는. 단 한두 명 뿐일지라도 진짜 친구에게는. 친밀함을 가장해서 함부로 대하지도 말자. 그저 어깨를 내어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