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이라는 폭력

by 런던 백수
웃으며 사무실을 나왔지만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여성 작가들이 구사하는 감정에 대한 묘사에 놀라곤 한다. 물론 집에서도 아내와 이야기하다보면 간혹 답답하고 주로는 혼이 나는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도통 알아채지 못하는, 때로는 듣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분명 평균보다 훨씬 무감각한 사람이다.


특히 위계와 구도에서 윗사람 혹은 강자가 아랫사람이나 약자를 향해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 어떤 폭력을 내포할 수 있다는 인식. 그럴 수 있겠다. 아이가 아빠를 향해 서운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생각한다. 나는 정규직 아재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어떨 때 불만족을 서운함을 느끼는가. 그럴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시혜적인 태도는 온당한가.


대체 좋은 상사, 좋은 어른,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내 한 몸도 버겁지만 이런 생각도 해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므로.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9화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