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살면서 한 번쯤은 고전을 읽어 보아야 하지 않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읽히는 글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나에게는 헤르만 헤세와 헤밍웨이가 그런 류의 작가이다. 오래도록 읽어지는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을 다 읽고 새 책을 사러 가기로 결심한 날에 약간의 간격이 생겨 집 책장에 있는 책을 둘러보던 중 데미안이 내 눈에 띄었다. 적당히 얇고 유명하며 읽어봐야 하는 고전책. 사실 데미안은 고등학생 때도 읽어본 적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독서에서 내가 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인덱스를 붙여두는데 책을 다시 읽을 때 원래 인덱스가 붙어 있던 자리에 다시 인덱스를 붙이고 싶었다. 과거의 나는 책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비슷한 부분에서 감동과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베아트리체' 파트이다. 이름 모를 여학생을 베아트리체라고 명명해 신격화하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나는 그림 부분이 가장 좋았다. 그녀를 생각하며 똑같은 그림을 그렸지만 그 그림 속 얼굴이 점점 그녀가 아닌 데미안으로 데미안에서 나의 얼굴로 보이게 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고 이후에 그 얼굴의 주인공이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싱클레어가 어떤 이유에서 에바부인을 그의 사랑이라고 느꼈는지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
데미안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문구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책 속에 나오는 아브락사스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선과 악의 세계를 모두 포괄하는 무언가 일까? 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에서도 아브락사스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데미안을 읽게 된다면 아브락사스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다.
데미안은 처음 읽었을 때와 다시 읽었을 때의 감상과 울림이 달랐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조금 둔 이후에 데미안을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다음에는 무엇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