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학을 접할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 시가 제일 싫었다. 고전시 현대시 할거 없이 너무 어려웠다. 뭘 뜯어봐야 하고 뭐가 뭐를 비유하고 상징하고... 아이고 머리 터진다.. 릿터를 읽으면서도 시 부분에서 정체가 왔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래도 읽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열심히 읽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필사도 시작했는데 나는 이 방법이 좀 먹혔던 것 같다. 100퍼센트 이해는 아니어도 70퍼센트 정도는 도움이 됐고 너무 어려워서 아리송한 작품이 아니라면 필사는 시를 이해하는데 꽤 괜찮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전에는 랜덤박스였는데 지금은 반투명 비닐봉지에 쌓인 느낌이랄까? 보이지 않던 게 희미하게 보인다.
필사를 하다 보니 시집 한편을 사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막상 시집을 사려니 무얼 보고 시집을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소설은 설명을 읽으면 금방 느낌이 오고 산문집도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걸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데 시는 시집 설명을 봐도 느낌이 안 오고 도서관이랑 서점에 가서 펼쳐봐도 도저히 이걸 어떻게 골라야 하는 거지 싶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러 작품들이 얽혀 있으니 그럴 수는 있지만 아무리 봐도 어떤 시집을 골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윤동주 시인, 나태주 시인 이런 분들 작품 말고 현대시가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다...
교보문고 어플에서 시집 랭킹을 살펴봐도 이 많은 시집 중에 무엇을 처음으로 시작해 볼지 감이 안 온다. 제목이 끌리는 대로? 시집 설명서 대로? 다른 사람들은 뭘 보고 이 시집을 골랐고 여기서 뭘 느꼈길래 이걸 추천하는 걸까? 다른 책들과 비슷한 리뷰가 남겨져 있는데도 시에 붙은 리뷰는 애매모호한 것 같고 그렇다.
인터넷 사람 말고 현실 주변인과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내 주변에는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 없어서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시를 읽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그냥 서점에서 사람 붙잡고 '저기요! 시집 좀 추천해 주세요 구체적인 이유랑 같이!'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외친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대가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집을 추천해 줄 사람이 있을까?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내가 챙겨보는 민음사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집을 몇 권 추천해 줬고 며칠 전 길 가다 들러본 창비 출판사의 팝업스토어에서도 시집은 여러 권 널려 있었는데 여전히 아리송한건 마찬가지다. 제목이 좀 끌리는걸? 하는 시집이 몇 권 있었는데 약간의 진지병이 있는 나는 과연 제목만으로 시집을 사도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며 찜목록에 넣어두기만 했다.
오지선다 안에서 시를 읽고 살았는데 갑자기 시를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환경에 덩그러니 놓였다. 먹여주는 시만 읽었었는데 이제는 알아서 떠먹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은 릿터에서 제공하는 시를 최선을 다해 읽어보고는 있지만 시집 한 권을 사기 위해서는 도저히 어느 부분부터 숟가락을 꽂아 떠먹어야 할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시와 시인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시집은 무얼 보고 사야 할까... 도대체 시집은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