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아침

무수리 엄마의 아침 일기

by 주현정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 벅찰 줄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웃으며 시작하고 싶지만, 매일 아침은 작고 큰 전쟁이다.


여섯 살, 아홉 살 두 딸을 등원시키고 나면 나는 요가원으로 향한다. 어떤 날은 웃으며 배웅하고, 어떤 날은 “회초리 꺼낸다!”는 말까지 해야 겨우 집을 나선다.


육아서에서는 아침이 아이의 하루에 얼마나 중요한지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한다. 나 역시 그 말을 믿고, 아침마다 다짐한다. 오늘은 평화롭게 보내자고.


우리 집 아침은 비교적 이른 편이다. 아이들도 일찍 자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잘 일어나는 편이다. 큰딸은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조용히 내 옆에 와 앉아 책을 펼친다. 7시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나는 주방으로, 큰딸은 화장실로. 마치 책 속에서나 나올 법한 평화로운 아침이다. 이 장면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싶다. 진심으로.


하지만, 둘째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식사를 준비하며 둘째 방 문을 살짝 열어둔다. 도마 소리, 냄비 소리로 스스로 깨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가끔은 눈을 비비며 나에게 폭 안기기도 한다. 그런 날은 시작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식사가 준비되면 나는 조심스레 둘째를 깨우러 간다. 자는 아이는 언제나 천사 같다. 입 냄새마저 귀엽고, 잘 잔 얼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조심스럽게 몸을 주무르며 깨운다. 나만의 애정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이 통하는 날과, 전혀 먹히지 않는 날이 있다.


오늘은, 세상 모든 짜증을 한 몸에 담아 일어났다.
그 순간, 나는 자동으로 ‘무수리 모드’로 전환된다.
이 아이가 웃으며 집을 나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감싸고 받아줘야 하는 역할.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고, 새벽에야 겨우 잠드는 남편이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도록 우리 집 아침은 언제나 조용해야 한다. 가족 모두가 그 룰을 알고 있다.


“엄마, 추워요. 더워요.”
이 말로 둘째의 하루가 시작된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이불을 덮었다 걷었다 하며 눈치를 본다. 식탁에 밥이 차려져 있어도 둘째는 늘 실험을 한다. 안아서 데려가야 먹을지, 아니면 불러도 올지를. 대부분은 안아야 한다.


식사 도중에도 큰딸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머릿속은 분 단위로 돌아가는데, 아이들은 세월아~ 네월아~.


클라이맥스는 머리 묶기다.
머리 묶는 게 힘들어 둘 다 단발로 잘랐었지만, 어느새 다시 길렀다. 다시 자르자고 애원도 해봤지만 라푼젤을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지기로 했다.


우리 집 아침 준비의 마지막 단계는 ‘엄마의 미용실’이다.
큰딸은 이제 익숙해져 매일 같은 머리를 한다. 하지만 둘째는 매일이 도전이다.
“더 길게 묶어 주세요. 여기 삐뚤어졌어요.”
묶은 머리를 확인하러 거울 앞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면, 나는 긴장한 미용실 원장님이 된다.
“너무 예뻐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제야 나도 만족스럽다.
문제는, 그 말을 듣기 어려운 날이 더 많다는 것.


그 사이, 큰딸은 또 책에 빠져 옷 입는 것을 잊었다.
책을 보며 양말을 신고, 책을 보며 단추를 채운다.
그때부터 화살은 큰딸에게로 향한다. 말이 통하는 아이에게, 둘째에게 쌓인 짜증을 쏟아내고 마는 나. 참 못난 엄마다. 그렇게 우리 세 모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집을 나섰다.


등교하는 차 안에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그저 살며시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딸, 오늘도 행복하게.”
우리만의 인사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딸은 웃지 않았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뒷모습이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았다.

첫째를 보내고 나면, 남은 둘째와 함께 차량 탑승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잠시 여유를 누릴수 있다. 풀을 보고, 꽃을 보고,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 시간만큼은 평온하다.

그 순간, 나는 반성하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을 말한다.
“엄마가 오늘 화를 냈어도, 선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작아지거나 변하진 않았어. 우주만큼 사랑해.”
그 말을 듣고 둘째가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 하나에 모든 피로가 녹았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 마주하는 얼굴은, 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사람들이 말하길, 아이는 생후 1년 동안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평생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내가 딱 그렇다.

아이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아이들이 울면 내 마음 한켠이 뚝 하고 부서진다.
오늘도 반성하고, 또 사랑하고, 내일을 다시 준비한다.


오늘도,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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