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친정 엄마 07화

침대 위 목욕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욕창

by 주현정

봉사하시는 분들이 오는 날이었다. 호스피스 병동의 대부분 환자들은 움직일 수 없었기에, 목욕은 보호자들의 가장 큰 난제였다. 욕창, 소변 줄, 주삿바늘 자국으로 몸은 엉망이었고, 보호자가 닦아줄 수 있는 건 얼굴과 팔다리 정도였다. 그래서 목욕 봉사자들은 늘 인기가 많았고, 예약도 서둘러야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엄마의 목욕 날. 나이가 지긋한 노부인 두 분이 오셨다. ‘이렇게 힘없이 누운 사람을 저렇게 왜소한 분들이 어떻게 씻기지?’ 의아했다.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같이해요. 제가 힘이 좋아요. 도울게요.” 그렇게 우리는 세 명이 되어 엄마의 침대 샤워가 시작되었다.

누운 채로 머리를 감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분들은 미리 준비한 도구들을 자랑스레 펼치며 말했다. “머리도 감을 수 있어요. 정신이 없어 보여도 얼마나 씻고 싶으시겠어요. 우리가 해드릴 수 있어요.”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엄마, 얼마나 씻고 싶으셨을까? 예전엔 목욕탕 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먼저 머리 아래로 방수포를 넓게 깔았다. 커다란 주전자 두 개에 미지근한 물을 담고 샴푸와 린스를 준비했다. 무거워 보이는 주전자를 내가 들었다. 물을 머리 위로 천천히 붓자 봉사자분이 조심스레 샴푸 질을 했다. 다른 한 분은 물이 아래에 받쳐둔 양동이로 잘 흐르게 방수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두 분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 있던 엄마는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하셨고, 우리는 그런 엄마를 조심스레 다루며 목욕을 이어갔다. 거품을 내 머리를 감겨주시는데, 내 머리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몸을 닦아야 했다. 몇 주를 호스로만 영양분을 섭취한 엄마는 매일매일 말라가는 것이 육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옷을 벗기고 나니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 이렇게 마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치 과학실에서 보던 해골 뼈처럼, 모든 뼈의 윤곽이 훤히 보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바로 기저귀. 오랫동안 소변 줄을 하고 있었기에 상태는 엉망이었다. 조심스럽게 기저귀를 열었는데, 변이 흘러나와 있었다. 의식은 있으나 근육들이 풀려가는 엄마였다. 냄새로 자주 확인했어야 했는데, 미리 치우지 못한 게 죄송했다. 그런데 봉사자분은 아무렇지 않게 쓱 닦고 갈아주셨다. 우리 엄마의 기저귀를, 더러워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이런 거 빨리 안 해주면 얼마나 싫으시겠어요. 의식이 없으셔 보여도 다 느끼세요. 더 자주 봐주세요.” 그분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 엄마를 나보다 더 따뜻하게 챙겨주는 그 마음이 감사했다.

침대 샤워를 마치고 새 이불과 옷으로 갈아입혔다. 늘 초록색 병원복만 입고 계셨는데, 이번엔 핑크. 색이 화사해서였을까? 훨씬 건강해 보였다. 욕창 치료로 묻어 있던 자국들, 계속 빠지는 머리카락들로 엉망이던 이불을 새 이불로 바꿨더니 발끝까지 뿌듯함이 전해졌다. 그분들은 말없이 머리까지 곱게 빗겨주시고, 침대 뒤 먼지까지 청소하셨다. 누워 있는 사람 기관지 생각해서 침대 뒤까지 정리해줘야 한다고. 그분들의 세심함에 또 고개가 숙여졌다.

잠깐의 목욕이었지만, 온몸에 땀이 배고 허리는 뻐근했다. 하지만 감히 불평할 수 없었다. 작은 간식에 감사한 마음을 꾹꾹 담아 전했다. 엄마가 그 시간 얼마나 행복했을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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