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친정 엄마 11화

엄마의 49재

4월 1일, 만우절. 그 거짓말 같은 날.

by 주현정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 엄마의 49재 되는 날이었다. 거짓말 같은 이 날, 아직도 엄마의 부재가 믿기지 않았다. 엄마가 떠나신 지 벌써 49일.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화기에는 여전히 엄마의 번호가 남아 있었고, 엄마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도 그대로였다.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 그 짧은 문자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차마 지울 수가 없었다.

가끔 ‘울 엄마’라고 저장된 메시지 함을 열어본다. 그러면 아직도 엄마가 곁에 있는 것만 같다. 전화를 걸면 언제든 달려와 줄 것 같은 마음. 아이를 급히 맡겨야 할 때 가장 먼저 찾던 사람도 늘 엄마였다. 돌아보니, 나는 엄마가 필요할 때만 찾았던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밀려왔다.

엄마가 떠난 뒤에는 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시렸다.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할걸. 좋은 곳으로 더 자주 여행 갈걸. 좋아하는 음식, 더 많이 사드릴걸. 그렇게 끝없는 후회 속에서 49일이 흘러갔다.

요리를 잘하는 언니가 엄마의 마지막 상을 정성껏 차렸다. 나는 몇 가지만 보탰다. 그래도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었다. 자주 병원에 입원하셨던 엄마. 그때도 늘 퇴원할 줄만 알았다.

“엄마, 이번에 퇴원하면 대게 사줄게. 엄마 좋아하는 대게, 이 딸이 꼭 사드릴 거야.”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엄마의 49재상에는 꼭 대게를 올리고 싶었다.

늦게까지 문을 연 가게를 찾아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사장님은 “제일 좋은 놈으로 정성껏 쪘어요.” 하며 내어주었다. 과일가게 사장님도 가장 좋은 과일만 골라 챙겨 주셨다. 엄마의 마지막 상을 귀하게 차려드리고 싶은 내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감사했다.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난 쑥을 한 움큼씩 캐다 쑥떡을 해 딸들에게 나눠주던 엄마. 그 떡을 꼭 올리고 싶었다. 그런 엄마를 잘 아는 언니는 며칠 동안 직접 쑥을 캐 떡을 만들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쑥떡에서 향긋한 봄내음이 났다.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이번 쑥은 향이 진하다며 좋아하셨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날 눈물을 흘리면 엄마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게를 보며 눈물이 났고, 엄마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보며 또 눈물이 났다. 두 번의 절이 낯설었다. 그렇게 눈물을 꾹꾹 참으며 엄마의 49재를 마쳤다.

49일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그러나 여전히 전화기를 열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여전히 달려와 줄 것만 같았다. 오늘, 엄마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켰다. 이제는 슬픔이 아니라 감사로 엄마를 기억하려 한다. 엄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내 안에서 여전히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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