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버지

by 혜진

5년째 5개 진료과의 진료 차 서울의 큰 대형병원에 자주 다니면서 참 다양한 장면을 목격하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채혈실 근처 수납 키오스크에 가서 수납부터 부리나케 하고, 빠른 걸음으로 채혈실에 도착해 주사 4번 만에 겨우 찾은 혈관에 채혈을 하고, 지혈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옆자리 어떤 아저씨께서 지혈을 하시면서 휴대폰을 의자 시트에 올려 두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계셨다. 지혈하는 5분 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해외에 계신 따님과 사위분과 통화하는 것 같았다.

“아, 거긴 저녁이구나, 밥 먹었어?”

“아빤 괜찮아. CT랑 이것저것 다 찍어 봤는데 별 이상 없다고 해.”

“우리 딸, 해외에서 운전도 할 줄 알고, 다 컸네. 사위는 옆에 있고?”

“응, 저희 지금 같이 퇴근하고 있어요. 아빠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무슨 일 있으시면, 절대 숨기지 마시고 저희에게 꼭 말씀해 주세요. 바로 한국으로 갈게요.”

“아버지는 괜찮아. 너희나 밥 잘 챙겨 먹고, 무슨 일 있으면 아버지한테 꼭 연락하고.”

“아빠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

“…”

따님이 갑자기 침묵하기 시작했다. 내가 봤을 땐 100% 울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당장 한국으로 갈 수도 없는데, 아빠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확인할 수도 없는데, 걱정되어 죽겠는데, 사랑한다니…

“아, 아버님! 지금 와이프가 운전 중이어서요. 저희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무슨 일 있으시면 저희에게 꼭 알려 주세요.”

“그래, 아버지가 많이 사랑한다.”

결국 따님 목소리는 통화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없었다. 아저씨 눈에는 아직 흐르지 않은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옆에 앉은 나는 옷가지가 젖을 정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짙은 그리움이, 만질 수 없는 허무함이 사랑한다는 말로 대신 전해지는 것은 말을 잇지 못한 따님의 무언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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