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온실 만들기 2

by 이곰


거의 매일 식물 가게에 들러 사장님에게 식물 키우는 기본 지식을 물었다.

식물 관련 책을 읽고 유튜브도 찾아봤다.

그런데 지식이 쌓일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름은 햇빛도 풍성하고 집에 창문을 열어놓는 때가 많아서 식물에게 좋은 환경이다.

그런데 가을, 겨울은 상황이 다르다.

여름이란 계절에 식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 보면 천운이었다.


일단 식물등을 샀다.

위치에 맞춰 못을 박고 식물등 두 개를 설치했다.

그리고 양지, 반양지, 반음지 식물을 다시 분류해 화분대에 자리를 잡아줬다.


내가 처음에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식물을 세팅하면 가을에 문제가 생길 게 뻔했다.

식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는 존재가 아니라,

식물이 원하는 환경에서 자라게 해줘야 하는 존재였다.


식물 가게에 있던 선풍기처럼 생긴 건 선풍기가 아니라 서큘레이터였다.

가게는 거의 하루 종일 서큘레이터를 틀어놓는다 했다.

조금만 통풍에 소홀하면 곰팡이가 바로 생긴다고.

헉.


사장님은 화분대가 단조로워 보일 수 있으니 행잉 식물을 두세 개 걸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세 개를 사서 달았다.

변화된 공간이 궁금해 밖에 나갔다가 다시 집에 들어왔다.

와.


식물등 덕분에 공간이 환해졌고, 서큘레이터 바람에 식물 잎들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행잉 식물이 더해지니 공간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였다.


뭐랄까,

나의 작은 온실.

나의 작은 숲이었다.


우리나라에 식집사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코로나 시절이라고 한다.

밖에 나갈 수 없고, 재택근무를 하며 사람을 만날 수 없을 때 식물 키우기가 유행했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퇴직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집순이인 나도, 혼자가 아무리 편해도

살아 숨 쉬는 존재
아침에 일어나서 들여다볼 수 있고, 가끔은 말을 걸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식물 앱으로 찾아서 이름을 외우고 있는데

스킨답서스, 마삭줄, 홍콩야자, 트리안 정도는 외웠다.


그런데

틸리파리티 틸리아세움, 디시디아 도이안사, 카라듐 바이컬러, 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

이쯤 되면 그냥 눈을 감는다.

친구들아,

너희 이름을 외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오십 넘은 나의 기억력 감퇴를 이해해 주렴.


아, 그리고 토양수분측정기도 샀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는 말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겉은 말라도 속은 촉촉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토양수분측정기로 확인해 보니

겉흙만 보고 물을 줬다면 과습으로 식물이 죽었을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온라인 강좌로 식물 키우기 기본 수업을 듣고 있다.

재미있다.

지금 키우는 식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성과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뭔가를 잘 키우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이번 생에 처음인 것 같다.


사진 찍는 걸 그 어떤 것보다 싫어하는데

오늘은 키우고 있는 식물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을 바꿨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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