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 봅니다

2024년 하이록스 응원 후기

by 이곰


‘하이록스(HYROX)’라는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2023년에 시작된 국제 대회로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한다. 경기장은 중앙에 8가지 운동 종목 섹션이 설치되어 있고, 그 주변을 원형 러닝 트랙이 둘러싸고 있다. ‘러닝 1km → 종목 수행 → 러닝 1km → 다음 종목’ 방식으로 총 8개 종목을 완주하는 경기다.


내가 다니는 크로스핏 박스에서도 대회 참가자가 많았다. 30대 회원 15명 정도가 출전한다고 했다. 응원도 하고 음료도 사 주고 싶은 마음에 나도 함께 가기로 했다. ‘응원’이라는 명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였고, 이런 경험은 이런 기회에 직접 가보지 않으면 평생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회장으로 가는 길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TV에서 보던 장면을 실제로 접하니 현장감이 느껴졌고 활기가 넘쳤다. 마음이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었다. 아빠를 응원 나온 아내와 아기, 혼성 경기에 함께 참여하는 연인, 부모를 응원하기 위해 각종 응원 도구를 들고 나온 초등학생들까지 있었다. 운동 경기라기보다 축제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젊은 참가자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노년의 남성 참가자도 보였다. 혼자 오셨나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아내로 보이는 분이 영상을 찍어 주고 있었다. 괜히 흐뭇해지는 장면이었다.


크로스핏 박스 최고령 회원인 나는 평소 상황이 생기면 나이를 이유로 주저하곤 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니 조금 머쓱해졌다. 물론 젊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체력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이 대회는 누군가와 경쟁하기보다 ‘나만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자리처럼 보였다. 실제로 시상도 연령대별로 진행된다고 했다. 50대는 50대 참가자끼리 순위를 매긴다. 시상식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한 번 도전해 볼까?”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과 뒤풀이 자리가 있었다. 친구들이 “다음 대회에는 회원님도 꼭 나가셔야죠”라고 한다. “아이고 아닙니다” 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날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단순히 응원만 하고 돌아온 하루였는데 뜻밖의 질문이 남았다.


“나는 언제까지 계획만 세우다 끝낼까?”


그때 마스다 미리의『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 떠올랐다. 책 속 작가는 어떤 게 글감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양한 경험에 도전한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버섯 채집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나 역시 하이록스 현장에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중년의 새로운 도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의 초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레이스 같은 키워드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동안 머릿속에만 쌓아두었던 'To Do List'를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겨 보자, 일단 해 보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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