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by 이곰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잠깐 퍼즈가 생긴다.

태어나 20년을 살아온 곳이 고향인지

어느덧 30년 넘게 살아온 서울이 고향인지 순간 헷갈린다.

그렇다.

나는 서울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께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대학교는 서울로 가야 한다.”

그 말은 어느새 집안의 ‘국룰’처럼 자리 잡았고

나 역시 서울이라는 도시에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됐다.


부모님이 기대했던 서울의 좋은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 안전하게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설득해 서울 대학에 진학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처음 마주한 서울의 저녁을 아직도 기억한다.

노을이 지고 있었고, 건물 사이로 전깃줄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나는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이유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원해서 온 서울인데, 그 순간은 막연히 두려웠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스무 살의 어린 나는 낯선 환경이 많이 무서웠던 것 같다.

반백 살이 넘은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그때의 내가 괜히 측은해진다.


이후의 시간은 마치 수천 개 퍼즐 조각처럼

'서울'이라는 도시 위에 하나씩 맞춰졌다.

미숙했고, 곤궁했고, 외로웠던 시절들.

그 흔적들이 지금도 서울 곳곳에 남아 있다.


직장을 다닐 때 숨이 막히면 청계천을 자주 걸었다.

여름이면 물비린내가 진동하던 그 길을

RM의 ‘Seoul’이란 곡을 들으며 무작정 걷곤 했다.


“너무 인정하기 싫지만

이미 난 너의 매연과 그 역겨움까지도 사랑해

청계천의 비린낼 사랑해”


서울을 미워하면서도 이젠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애증이라는 감정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한다는 것도.


청년 시절, 여러 이유로 고향으로 내려갈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기를 쓰고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그렇게 어느덧 30년.

이제 서울은 함께 늙어갈 친구에 가깝다.

그리고 처음보다 조금은 더 따뜻해진 것 같기도 하다.

어느새 나의 또 다른 고향이 되어버린 서울.

이 친구와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전 09화그날 응급실에서, 나는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