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있었다

2013년 12월 4일

by Ding 맬번니언

We Were Here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이즈가 처음 발병한 이후, 에이즈가 LGBT공동체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는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에이즈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차분하지만 꼼꼼하게 보여줌으로써 공동체가 가지는 힘인 사랑과 헌신, 그리고 결단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샌프란시스코 LGBT공동체가 에이즈를 넘어서는 것을 보여주는 힘이 넘치는 영화.


오늘,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한편 보았다.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 라는 다큐 형식의 영화였다. 영화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에이즈에 감염되었지만 아직 생존해계신 남자분의 시선을 따라서 진행되었다. 그 남자분의 애인, 친구, 가족(사촌)까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너무 현실이 무섭고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게이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까지 왜 사람들이 에이즈라는 질병을 두고 ‘게이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부르는 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주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어왔기에 내가 게이임을 알게 된 후 나조차 ‘게이이기에 에이즈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진 게이와 에이즈 발병의 관계에 대한 편견은 그렇게 오래, 명확한 논리를 설명하는 사람조차 없는데도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다큐가 그 오해를 풀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영화 내용에 따르면 에이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970년 처음 발병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에이즈라는 질병 자체를 알지 못했는데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발병하던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유입경로였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에이즈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라는 한 동네에 전염병처럼 유행하기 시작했고 ‘카스트로’라는 동네가 게이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고 단기간에 사람들이 원인조차 알 수 없이 갑자기 아프고 죽어 나가니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순식간에 커져갔다. 70년대 말 시작된 발병은 80년대 초반까지 만 6천명의 게이 희생자를 낳을 정도로 전염성이 강했고 이를 두고 사람들이 게이 희생자가 많고, 게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발병했다는 이유로 에이즈를 게이들만 걸리는 질병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즈라는 병에 대한 두려움을 그대로 게이들을 차별하는 데 쏟아붇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즈가 처음 발병해 확산되기 시작한 곳인 ‘카스트로’에는 게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에 에이즈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그 모든 책임을 ‘게이가 많이 살고 있는 마을’ 로 돌리더니 이내 ‘게이로 인해 유행한 질병’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 생겨난 편견과 잘못된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이 다큐를 보기 전까지 게이인 나조차 에이즈가 게이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1970년, 에이즈가 카스트로에서 발병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일반 사람들이 게이와 에이즈를 연관 짓는 잘못된 시작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때로 우연히 벌어진 것 같은 지구 저 편에서의 작은 일이 나비효과처럼 커다란 날개짓으로 온 세상에 폭풍을 일으키듯, 카스트로에서 시작된 에이즈가 현대의 수많은 게이들을 에이즈 발병자의 오해 속에 살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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