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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

365일 중 300일.

by Ding 맬번니언

아침 10시 30분에 아빠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예약을 잡아두었습니다. 이 날을 위해 엄마와 함께 아빠에게 드릴 물건들을 구입하였습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토마토, 포도, 그리고 고구마까지, 또한 엄마가 직접 끓여 정성 가득한 미역국까지 아빠를 만날 준비를 끝냈습니다. 제 마음에 준비도 함께

어제부터 아빠의 병원 방문을 준비하며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갔습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신선한 토마토와 달콤한 포도, 그리고 고구마를 골라 색다른 맛을 선물하려 했습니다. 또한 엄마가 아침 일찍 일어나 끓여준 미역국은 아빠의 입맛을 돋우기 위한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들어보니 예상보다 무게가 꽤 무거웠습니다. 엄마는 매번 혼자 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엄마가 안쓰러웠습니다. 토마토와 포도의 무게는 물론이고, 미역국과 고구마의 무게도 더해져서 손에 쥐고서도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물건들이 아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물건을 들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빠의 건강을 위해 준비한 이 물건들이 아빠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예약 시간에 맞추어 일 년 만에 아빠를 만났습니다. 아빠는 생각보다 건강해 보여서 정말 기쁠 뿐만 아니라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아빠는 저와 엄마를 보자마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하시고, 그런 뒤에는 "그럼 이제 돌아가"라고 하시는 것 또 한 변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면회, 이런 아빠의 특유한 모습은 세월이 흘려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빠와 조금 더 소통하고 싶어서 사진을 따로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렇게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빠의 미소와 함께 하는 대화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일 년 만에 아빠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작은누나와 첫날에 이야기한 것처럼, 365일 중에서 65일은 아빠가 싫었던 날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빠가 어릴 때는 식구들을 함부로 하고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300일은 아빠와 잘 지내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낸 날들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떤 것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전체 그림이 다르게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아빠를 굳이 미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제 내적아이에 상처만 보았습니다. 그렇게 내 상처받은 내적아이에게 300일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저희 가족 역시 아빠와의 관계에서 좋았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아빠와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낸 기억들, 아빠의 조언으로 인해 얻은 깨달음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람은 결국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빠 역시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의 관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아빠의 모습도 이해하며, 그의 노력에 더욱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아빠의 부탁으로 병원 근처에 있는 발목 보호대를 고치기 위해 물건을 구하러 갔습니다. 아빠는 최근 발목에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래서 더 나은 보호대를 찾고자 했습니다. 함께 물건을 고르며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은 어느새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빠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리고 아빠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보호대를 찾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주문했습니다. 갈치조림은 어릴 적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그 특별한 맛에 항상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식사 동안 아빠와 함께 이런 점심을 나누며 호주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빠와의 이런 소중한 시간은 더없이 값진 것이었습니다.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낀 감정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서로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며, 그동안의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오늘처럼 하루하루 아빠에게 상처받은 내적아이에게 회복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를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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