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아서는 정말 해리포터에 나오는 헤르미온느의 시간을 돌리는 시계나, 전우치의 분신술이라도 나한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며,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너무나 많다.
이번 주는 평일에는 패션쇼 준비에 매진하고 주말에는 행복이 생일파티를 해야 한다. 오늘 아침 가족끼리 간단하게 행복이 생일파티를 한 다음 마침 행복이 첫돌을 축하해주기 위해 골든 코스트에서 와주신 스티븐 부모님께 행복이를 맡기고 바로 모델을 뽑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번 패션쇼는 많은 점에서 기존에 해봤던 패션쇼 준비와 달랐다.
먼저, 여성만을 위한 패션쇼이다.
기존에 만든 남성복을 사용할 수 없기에 새 옷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 했던 패션쇼는 주최 측에서 고용한 모델이 정해져 있었기에 나는 모델에게 옷 피팅만 하면 됐었는데 이번에는 디자이너 모임에 참석하고 모델도 직접 선발해야 한다. 마치 '프로젝트 런웨이' TV 쇼 같다. 지금까지는 내 옷이 의상의 라인을 강조하는 디자인이었기에 0~2 사이즈 모델에 맞춰 옷을 만들었고 피팅에서도 특이사항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모델 선발대회에 도착하니 체형이나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모델 선발 대회가 시작하자 꽤 많은 사람들이 모델로 지원해서 놀랐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나는 살짝 긴장해서 자리에 앉아서 모델 위킹부터 간단한 질문을 하고 내 쇼에 필요한 인원들을 선발했다. 지금까지 내 옷은 대부분 쇼 피스(Show Piece)라고 할 수 있는 옷들이다. ‘쇼 피스’는 일반 판매용 옷보다 디자인적 요소가 보다 더 극적으로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쇼에는 조금 더 대중적인 옷들 시도해 보고 싶다.
그렇게 모델을 선발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모델에 맞는 옷을 제작해야 한다. 내가 고르는 모델들은 이번 패션쇼에서 요구하는 다양성에 맞추어서 그 동안 전형적인 백인 모델과 함께 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처음으로 흑인과 플러스 사이즈 여성을 선택했다. 한번 도 도전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행복이도 문제없이 잘 키우는데 이것쯤이야’ 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옷을 만들기 위해 플러스 사이즈 여성의 치수를 재는데 이제껏 만든 사이즈랑 달라서 당황했지만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덤덤하게 진행했다. 호주에서도 이미 패션쇼에 흑인은 무대에 많이 쓰고 있지만 플러스 사이즈 여성은 아직까지 차별을 받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멋지게 옷을 만들어 쇼에 설 수 있다면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옷을 고르고,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도 가져보며 나는 이제껏 옷을 만들면서 가졌던 마음과는 또 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총 7벌 중 3벌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한 벌은 플러스 사이즈. 누구나 쉽게 하지 않은 도전을 나는 해내고 싶다. 내 새로운 도전이 무사히 성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