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현명한 자여! 미리 후반전을 준비하자
팀장, 임원 시절 사내 교육을 나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워라밸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1970년대 후반 영국 여성 노동 운동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한다. 이후 문명의 급격한 발전과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퍼져 나가게 되었고, 대략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접어들면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최근 MZ세대 구성원들의 경우,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 중 이 ‘워라밸’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자료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실제 직장 내에서도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통 규정된 업무시간이 ‘9 to 6’인 기업이 많기 때문에 6시 이후 초과근로를 하는 데 있어 세대별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나와 같은 비교적 구세대들은 별 다른 거부감 없이 ‘저녁을 어떻게 할까’ 정도의 고민만이 필요한데 반해, 젊은 동료들은 초과근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회식’의 경우도 비슷하다. 요즘은 최소 2주 전에 협의 (과거처럼 ‘통보’도 아님) 되지 않은 회식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실제 2주 뒤 당일날에도 갑작스러운 불참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요약해 보면, ‘일’보다는 ‘개인의 여가와 삶’,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위한 시간에 그 ‘가치와 비중’을 두고, 가급적 시간적으로도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 정도로 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 하나는 ‘워라밸’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는 ‘일’과 ‘삶’이 분리된 존재라는 전제이다. 두 존재는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없는 ‘Trade-off 관점’ 하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충과 고민, 좌절 등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 간 이해의 차이가 발생하는 진원지라는 생각도 든다.
평생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마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고,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 우리의 인생이 갖는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감히 ‘일을 삶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삶 속에는 일도 있고, 일 外 가족, 여가, 자기 계발 등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나서, 구성요소 중 하나인 일이 어떻게 내 삶에 자리잡을 것인가를 들여다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업(業)’으로서의 나의 일을 찾고 준비해 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더욱 일은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굳이 일과 삶을 분리하여 그 균형을 찾겠다는 노력은 크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생의 ‘업(業)’으로서 가치를 갖는 일을 찾고, 실행하다 보면, 때로는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 경우도 있고, 때로는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고… 탄력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단지, 경제적 보상,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를 위해 또 하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것은 일과 '일터(직장)'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터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그 일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핵심이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 문제는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으로 풀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냥 무작정 ‘워라밸’을 찾겠다는 접근법보다는…
젊은 세대들, 특히 갓 결혼하거나, 자녀가 어릴 경우 특히 이 ‘워라밸’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가정과 자녀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획일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나 스스로가 마주하는 문제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 될 수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수 도 없으면서…
감히 제언한다.
‘업(業)’으로서의 일의 의미를 찾으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워라밸’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스마트함’을 장착하자. 비로소 하루하루가 의미가 없는 날이 없는 알찬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