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한 중년 남자를 흠모하게 되다

by 최코치
흠모(欽慕) : 기쁜 마음으로 공경하며 사모하다

나는 요즘 한 중년 남자를 흠모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시는 우리나라 코칭계의 거목(巨木) K코치님이다. K코치님은 CEO까지 역임하신 직장인 출신이지만, 초창기 태동하고 있던 코칭계에 입문하신 후 많은 족적(足炙)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 분이기도 하다.


중년의 남자가 다른 중년의 남자를 흠모하게 된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사건이다. 나는 나대로 제법 존재감 있게 살아온 나름 콧대 높은 사람이건만, 뒤늦게 알게 된 한 중년 남자를 많이 좋아하게 될 줄은 꿈이나 꾸었겠나? 무엇이 나를 그리 만들었을까?




나의 롤 모델(Role Model)을 찾다

1. 강의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K코치님은 20년 가까운 코칭 경력을 통해 수 없이 많은 경영 일선의 리더들을 만나셨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기업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통해 도움을 주신 경험을 가지고 계시다. 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정말 맛깔이 난다. 왜냐하면, 국내 최고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누군가에게 내면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도, 흔하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처음에는 거부감을 표시하는 태도로 시작을 했다가 오랜 코칭관계로 변화하게 된 그 코칭의 공력은 실로 존경할만한 일이다.


아울러, 불교학 박사과정을 통해 불교 철학에 대한 조예가 깊으시다. 강의 순간순간 뿜어 내는 불교 철학의 가르침 한 마디가 학교에 와 있는 느낌이 아니라 어느 사찰에 공부하러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제 강의 시간에 듣게 된 불교의 자아의 개념, "인연(因緣) 화합물의 가입태(假立態)". 정말 겸손한 자세로 남은 시간 살아야겠다는 가르침으로 나의 머릿속에 콱 자리 잡혀 버렸다.


인(因)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직접적인 원인을 말하며, 연(緣)은 간접적이며, 보조적인 원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씨앗이 인(因)이라 하면, 비와 바람, 농부의 땀방울 등이 연(緣)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란 존재는 생겨나는 데 근본적인 원인 외에도, 많은 다른 수많은 간접적인 원인들이 함께 화합(化合)해야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 또한 임시로 만들어져 있는 상태(假立態)라는 뜻이다. 즉,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가 다를 수밖에 없듯이 인간은 늘 불완전한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2.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불교학의 고수답게 매일 새벽 한 시간씩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고, 하루의 일과를 미리 살펴보신다고 한다. 또한, 걷기를 강력하게 추천하신다. 사람이 30분 이상을 걷다 보면,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의식과 전의식을 넘어 무의식이 올라온다고 한다. 무의식이 올라옴으로써 복잡한 번뇌의 머릿속이 자연스러운 성찰의 과정을 거쳐 평안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걷기는 많이 해 본 편이다. 운동이라는 명제하에 걷기를 했을 뿐, 이러한 무의식을 불러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코치님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아내도 걷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두 사람이 '아하~' 하고 맞장구를 친 지점이 있다. 정말 한 삼십 분 이상 걷다 보면, 말 그대로 '멍한~' 순간이 오는데, 그때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과 생각이 떠 오르는 경험을 실제 해 본적이 있었던 것이다.


성찰이라는 깨달음을 깨닫게 된 이후 성찰에 대한 믿음은 실로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성찰에 익숙해진 이후, '화(火)'가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독서와 사색 外, 다양한 성찰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3. 끊임없는 독서와 글쓰기


코치님은 맘에 드는 책은 이삼십 번씩 반복해서 보신다고 한다. 살면서 알게 된 새로운 독서법이다. 그렇게 하면, 책 자체가 완전히 자기 것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본 책을 두 번째 다시 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이미 알고 있는데,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 대해 완전한 성찰과 통찰이 가능하리라 생각이 든다.


코치님은 현재 10권째 책을 집필 중이시라고 한다. 강의와 코칭으로 아무리 바빠도 매년 한 권씩은 책을 내시는 것 같다. 현재 코치님의 두 권의 책을 읽었는데,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나는 언제 이런 문장력, 글빨이 생길까?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반대로는 끊임없이, 그리고 부단하게 글 쓰는 것을 연습해야겠다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중년의 남자가 뒤늦게 '워너비'의 한 중년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인생 남은 시간의 명확한 '이정표'를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넘사벽'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어려움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하지만, 힘을 내 보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 나를 흠모하게 될 그날이 올 때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 골프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