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할아버지의 삶
우리 집의 대대로를 통틀어 첫 번째 자수성가를 이루신 분이 있다.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시 흔치않게 외동으로 자라나 어릴 적부터 나무를 캐어 장터에 팔아서 생계를 책임지셨다. 일은 짐승처럼 하시고 돈은 지독하게 아끼고 아껴서 밭 하나를 사셨다. 그리고 그 밭에 판자 집을 지어서 결혼을 하시고 아버지를 포함한 8남매를 키우셨다. 밭이 일터이고 집이고 놀이터였던 것이다. 다부진 체격에 일을 쉬지 않고 하신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어른이 되었다. 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이다. 어린과거 아버지와 삼촌 고모들은 학교 다녀오기 무섭게 논으로 밭으로 향했고, 집안의 모든 식구들이 하늘을 한번 쳐다볼 여유가 없는 바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부를 축적해나가는 중 할머니와 대학생이 된 삼촌들과 시골집을 나가 분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모들도 하나둘씩 울산으로 대구로 인근 마을로 시집을 가셨고 장자인 아버지만 홀로 시골 일을 맡으셨다. 수년이 지나 작은 아버지께서 택시를 하나를 몰고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작은 아버지의 아내와 간난아이 둘을 안고 내리셨다. 시골집에서 할아버지를 모시던 집안의 장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사이에는 아들이 없이 딸만 둘을 낳고는 할아버지의 미움을 받았기에 작은 아버지의 두 아들은 집안의 경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늘 시골 일이 많은 턱에 어머니께서는 불만이 항상 많으셨지만 능글한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께 싫은 내색을 못하고 장자의 역할에 충실하셨다. 하지만 돈을 악착같이 벌기만 했지 가족을 위해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에 지쳐버린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시골집 에서나와 분가를 하게 된다. 결국 할아버지는 시골에 혼자 남게 되셨다. 몇 해가 흐르고 홀로 감당하지 못하는 일들에 아버지께 설득설득 하셔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시골로 돌아오게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장자를 떠나보내는 충격에 쓰러지셔서 그이후로는 기저귀를 차는 삶을 연명하셨다. 한때 시골에서 가장 큰 부자로 삶을 호령하시던 할아버지. 아마도 돈만 버실 줄 아시고 돈을 아름답게 쓰지 못해 삶의 연장전은 불행하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손자가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삶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안쓰럽기만 하다. 나또한 장사로 자수성가를 이루고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리더로 살고 있지만 늘 할아버지의 삶을 회상하며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