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고 박박 우길 예정입니다
‘나도 비슷한 경험들 많은데. ‘
하며 영감을 받은 책.
박정민 산문집 - 쓸 만한 인간
플러팅이란?
플러팅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유혹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하며, 주로 이성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데 사용됩니다.
출처 - 네이버
안녕하세요. 유치원생 남자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은 매주 월요일마다 다 같이 모여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요. 저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랑 짝꿍이에요. 저랑 동갑이에요. 6살. 히히. 우리는 항상 국기가 바로 보이는 맨 앞줄로 가요. 왜 앞줄로 가냐면요. 다시 교실로 들어갈 때 맨 마지막에 들어가거든요. 근데 그 여자애가 마지막에, 그니까 사람이 없을 때 항상 제 볼에다가 뽀뽀를 해줘요. 저번주에도, 저저번주에도. 근데 오늘은.. 볼에다가 말고 입술에다가 뽀뽀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입술을 살짝. 아주 살~짝 내밀어 봤어요. 근데 그 여자애가 저를 보고.
“입술에다 뽀뽀해 줘?”
“응? 아니 그냥..”
“입술에다 뽀뽀해 줘?”
“응.”
“싫어.”
“왜?”
“입술에다 뽀뽀하면 너처럼 앞니가 없어질 거 같애.”
입술 뽀뽀는 부끄럽나 봐요.
이거 플러팅인가요?
안녕하세요. 버스 타는 게 너무 좋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한 열흘? 전부터 모르는 여학생이 제 옆자리에 앉아요. 처음엔 자리가 없으니까 앉는 거겠지 했어요. 근데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 옆자리를 고집하는 거 있죠. 눈여겨봤어요. 상업고 학생이네요. 명찰 색깔을 보니 저랑 동갑이고요. 네. 좋아해요.
두 정거장 남았네요. 오늘도 그녀가 제 옆자리에 앉을까요? 가방을 놔뒀어요. 마치 ‘여기는 임자 있는 자리니까 아무도 넘보지 마세요.‘ 하는 액션으로요. 한 정거장 남았네요. 아 떨려요. 삼성 YEPP MP3에 이어폰을 꽂고 [비스트 - 숨]을 재생했어요. 만약에 오늘도 그녀가 제 옆에 앉으면 왼쪽 이어폰을 건네주며 “같이 들을래요? 이거 노래 좋던데”를 시전 하려고요. 거의 도착했어요. 창문 너머로 그녀가 보여요. 콩닥콩닥. 와! 오늘도 제 옆자리에 앉았어요. 저는 모토로라 폴더폰을 열고 문자메시지 보내는 곳에 ‘같이 들을래요?’를 적고 왼쪽 이어폰과 함께 그녀가 볼 수 있게끔 방향을 틀었어요. 오! 제 휴대폰을 가져가서 무얼 적고 있네요? 설마. 번호!? 히히. 다 적고 제게 건네주었어요. 으쓱대며 확인했죠. 근데 이렇게 적혀 있네요?
“남친 있어요. “
저랑 노래 듣는 게 부끄럽나 봐요.
이거 플러팅인가요?
안녕하세요. 같은 학교에 한 살 어린 여학생과 썸을 타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입니다.
저는 기계과, 여학생은 전기과예요. 아직도 의문이긴 해요. 저한테 왜 먼저 다가왔는지. 저는 학교에서 별 존재감 없는 소심쟁이 쭈구리였고, 그녀는 소위 말하는 노는 애였거든요. 아베크롬비 후드집업에서 담배냄새도 살짝 났었던 것 같고요. 여튼, 보름 정도? 서로 무미건조한 연락만 하다가 오늘 드디어 데이트를 해요. 남문에 있는 디델리에 가기로 했어요. 사실 처음 가봐요. 가자고 해서 그냥 알겠다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아이폰4s 밀어서 잠금해제를 하고 디델리를 검색해 봤죠. 떡볶이집이네요? 처음 가는 티 나면 안 되니깐 메뉴를 훑어봤어요. 떡볶이 그라탕에 참치김밥. 이렇게 먹자고 해야겠어요.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거의 다 먹을 때쯤 그녀가 제게
”저 사실 오빠가 노는 오빠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좀 놀랐어요.
“그래? 왜 그런 생각이 든거지..”
“모르겠어요. 오빠 좀 날티나게 생김ㅋ”
“그럼 내가 당장 세탁소 가서 바지 6통으로 줄이고, 노스페이스 패딩 입고, 편의점 가서 마일드세븐 팩 한 갑 달라고 해볼까? 히히. “
“하하 진짜 재밌다.”
제 고급 유머가 통했나 봐요. 재밌다고 하네요. 이 기세를 몰아서 제가
“다 먹고 뭐 할까?”
“글쎄요. 뭐 하고 놀까요?”
“음.. 우리 집 아파트에 탁구장 있는데, 같이 탁구 칠래? 못 쳐도 괜찮아. 나도 잘 못 쳐. 탁구 은근히 재밌다?
(허공에 스매싱을 날리며) 아무 기술 없이 그냥 핑퐁핑퐁 왔다 갔다 몇 번만 해도 금방 재미 붙일걸? 흐흐. “
“…… 아 배부르다. 집에 가야겠어요.”
“배부르면 집에 가는 습관을 갖고 있구나. 그거 좋은 습관이야. 부모님도 좋아하시겠다. 일찍 들어가서. “
“저 가볼게요 오빠.”
잘 들어갔냐고 카톡 보냈는데 답장이 없네요.
저랑 탁구 치는 게 부끄럽나 봐요.
근데, 플러팅은 먹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