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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독자)서운 이야기 2

이것도 실화입니다

by 무명독자
16살의 나로 들어가며.


동생 : 오빠. 나 간다~

본인 : 잘 다녀와~

멍멍! 끄응..

빼찌야. 같이 놀자고? 안돼. 나도 학교 가야 돼.


끄응.. 멍!

미안해 빼찌야.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올게. 그때 놀자. 잘 때 입었던 옷도 여기 올려놓을게. 외로워도 조금만 참아. 다음 주면 엄마 아빠 야간출근이니까 아침이 외롭지 않을 거야.


아이고.. 왜 하필 내가 마지막에 나가서 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맺힌 이슬을 봐야 하는 거야. 마음 아프게ㅠ

네? 아 말티즈예요ㅎㅎ 귀엽죠? 겨울방학 때 엄마 아빠가 선물 주셨어요.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니 쪼꼬만 한 강아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 있죠ㅎㅎ 아고, 학교 가야 할 시간이네요. 하.. 빼찌 혼자 놔두고 가야 하는 이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요. 그래도 분리불안 훈련을 위해 조금은 냉정해야겠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꺄응..

(신발은 신으며) 울지 마 빼찌야. 마음 약해지잖아.


꺄응.. 끄응..

(현관문을 열며) 갔다 올게.


멍멍!! 끄응.. 낑..끄으으응.. 꺄응ㅇ..

아 진짜아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아ㅠㅠ 아.. 어떡하지? 아.. ㅠㅠ 나 안 가. 안 갈래.. 아니 못 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며)

빼찌야~~~~~!!!!


…..



여보세요? 네 선생님. 아니 아픈 건 아니고요. 늦잠 잔 것도 아니고요. 학교 가고 있지도 않고요… 그럼 왜 안 오냐고요? 어.. 강아지 때문에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선생님. 혼자 있을 강아지가 불쌍해서.. 네? 일단 부모님한테 전화해 본다고요? 저 학교 안 간 거 부모님이 모르고 계신데.. 그럼 혹시 엄마 아빠 중에 누구한테 전화하실 거예요? 아니 아빠 말고 엄마한테 전화하시면 안 돼요..?


여보세요? 네 엄마. 선생님이랑 통화하셨어요? 네 지금 집이에요.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요.. 제가 집에서 맨 마지막에 나가는 거 빼찌도 아나 봐요. 동생 나가자마자 끼잉 끄응 울면서 제 방문 열어달라고 엄청 긁어요. 아니 엄마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운다니깐요? 그것도 엄청 서럽게? 라디오는 동생이 일어나자마자 틀어놔요. 네 맞아요. 그래도 학교를 안 가는 건 말이 안 되죠.. 지금이라도 갈까요? 아 선생님이랑 다시 통화하신다고요? 네 엄마.. 아아 엄마, 저 학교 안 간 거 아빠한텐 비밀로 하면 안 돼요..?




31살의 나로 돌아오며.


어머니. 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안 간 적 있잖아요.

-응


그때 담임선생님이랑 통화하신 거 기억나세요?

-응.


뭐라고 하셨어요?

-네가 새끼강아지 때문에 학교를 못 가겠다 했다고, 우선 이 말이 사실이냐고 물으셨지.


그래서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겨울방학 때부터 키우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이런저런 설명해 드렸지.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확실하게 교육시키겠다 했지. 그리고 너 줘 패버린다 했지.


.....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습니다.

철이 없었다고 뭐라 하진 말아주세요.

아직도 없습니다(긁적)

그럼 더 뭐라 해야지


건강해라 빼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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