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려 하지 말고 경험하게 하라
자존감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즉,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핵심이다. 외적인 인정이나 체면에 민감해서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집착하는 자존심과는 전혀 다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내면이 탄탄하고 주변 상황이나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
추운 날 얇은 옷을 입으려는 아이들 때문에 아침이 시끄럽다면, 말로 설득하려 하지 말고 일단 원하는 옷을 입혀라.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바깥공기를 느끼게 한 다음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켜본다. 아이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런 날씨에 그렇게 입으면 감기 걸려서 병원 가고 주사도 맞아야 할 텐데, 괜찮을까?”라고 이야기해라. 그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아이의 결정을 받아들여라. 아이가 고집을 부려 감기에 걸리면 가족 모두가 고생이긴 하지만 한 번쯤은 아이에게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아이의 옷차림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마라. 아이를 키웠던 모든 부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혀를 차겠지만, 내 아이와 내가 교훈을 얻고 더 현명해질 수 있다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릴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어려서부터 하는 수많은 작은 선택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내 아이가 성장하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작고 사소해 보이는 아이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해라.
혼자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아이는 자신감이 생길 수 없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은 어설프고 더디지만, 끝없는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능숙해지고 단단해진다. 잘하지 못해도, 아이의 선택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늘 많은 기회를 주고 또한 그 행동에 책임질 수 있도록 권장해라.
하지만 선택 범위가 넓을수록 결정하기가 오히려 힘들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아이에게 옷을 입힐 때는 미리 두 세벌 정도를 준비한 다음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물어라.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어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말로 설득하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 하지만 말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었잖아!”라는 말 대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솔직하게 사과해라.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속상하겠다. 엄마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미안해.” 어른의 이런 진솔한 사과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런 존중을 받을 만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게 한다.
가끔 버스에서 하차벨을 누르려고 애를 쓰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저지하면 분위기가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버스에서 벨을 누르는 것처럼 어른에게는 너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유능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제지당한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말을 안 해도 상대가 다 알고 이해해 줄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양손에 짐을 잔뜩 지고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를 본체만 체 하고 아이들이 TV만 보고 있다면 이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지들 먹이려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짐을 받아주긴커녕 쳐다보지도 않다니....’라며 속상해하지 말고 “얘들아, 엄마 좀 도와줄래?”라고 말해라.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얼른 엄마에게 다가가서 짐을 받아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자부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일상의 작은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향상하는 기회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자존감 수준을 닮는다.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자존감을 닮고 남자아이들은 아빠의 자존감을 닮는다. 자존감이 빈약한 아이가 자라 엄마가 되어서 아이를 키우면, 그 아이들은 다시 낮은 자존감을 물려받는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 자신이 먼저 자존감을 챙기려 노력해야 한다.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