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잘 키우는 노하우 글 아님 주의
갓 수확한 싱싱한 채소는 무슨 맛일까? 정말 마트에서 산 것보다 더 맛있을까? 다른 맛이긴 할까? 궁금해서 직접 길러보기로 했다. 야심 차게 상추&적겨자 재배 키트를 구입했다. 남편은 그냥 사먹는 게 빠르지 않겠냐고 한다. 싱싱한 상추는 맛이 다를 거라고, 나는 꼭 길러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어렸을 땐 딱히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던지, 식물을 키우고 싶다던지 하는 욕구가 없었다. 부모님과 형제들과 북적북적 함께 살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되고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 그 생각을 했으니까. 적적한 집에 뭐라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이기적인 생각에 혼자 식물을 길러보고, 물고기를 길러보고, 햄스터(!)도 길러보았다.
그 끝은 참담했다. 식물은 우리 집에만 오면 죽어버렸다. 햇빛이 잘 안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생명은 무조건 햇빛이 드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그때부터인 것 같다. 물고기도 죽어버렸다. 물을 안 갈아주어서 죽은 건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니 물 위에 둥둥 옆으로 누워있었다. 먹이도 꼬박꼬박 잘 줬었는데. 역시 물을 갈아줬어야 하나?
마지막 햄스터. 이 작고도 예민한 생명체 역시 그 죽음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정말 외로워서 죽은 걸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 마리만 키우면 외로워서 죽는다 그러고, 두 마리를 키우면 서로 잡아먹어서 죽는다길래,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외로운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한 마리만 함께 살았는데, 정말 죽어버렸다. 만약 외로워서 죽은 거라면, 내가 그 아이를 외롭게 만들었던 걸까?
햄스터는 교회 뒷마당에 묻어주었다. 혹시나 밤에 쥐들이 파헤쳐 먹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나가서 살펴보기도 했다. 그 뒤로 내 집에 다른 생명체는 들여놓지 않았다. 내가 신경 쓰지 못해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혼 후, 친정 부모님이 집들이를 오시면서 꽤 커다란 화분 3개를 사오셨다. 식물 키우기에 금손이신 우리 아빠, 엄마는 식물 키우는 게 뭐 어렵냐면서 금전수와 스투키와 꽃이 예쁘게 핀 난 하나를 가져오셨다.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얼마 후. 난은 꽃이 떨어지고, 잎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몰골을 알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다가 영영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스투키는 10개의 몸체 중 4개가 점점 투명해지고 물러가기 시작했다. 하나씩 뽑을 때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한편, 놀랍게도 금전수는 무성하게 자라났다. 죽지도 않고 살아서. 우리집에서 이렇게나 살아내다니 너 정말 대단한 놈이구나! (그것도 금전수가, 이건 좋은 징조야!)
똑같이 신경 쓰고, 똑같이 물 주고, 똑같이 햇빛도 쐬어 주었는데 결과가 참 달랐다. 다른 애들이라 다르게 대해줘야 했던 걸까? 개성 제각각인 애들인데, 예민한 아이, 둔감한 아이 할 것 없이 내가 너무 내 위주로 기른 것 아닐까? 말도 못 하는 아이들에게, 나한테 맞추라고 강요한 건 아닌지.
그래서 이번 상추만큼은 상추 맞춤형으로 길러 보려고 했다. 더운 걸 싫어하고, 물을 좋아한다고? 오케이. 우리 함께 잘 커보자 상추야! 내가 잘 키워서 맛있게 먹어줄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