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스스로 가장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행위는 글쓰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뭘 쓸까 생각하다 보면 깨닫는다. 내가 느낀 감정, 내가 겪은 사건, 내가 들은 이야기 등 모든 걸 다 쓸 수는 없구나. 이 중에서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구나. 어떤 걸 쓰고 어떤 걸 버릴지.
글감을 정했다고 해도 한 문장, 한 문장 쓰면서 버림은 계속된다. 문장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불필요한 말을 반복하지 않게 다듬고 버린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욕심을 계속 버리는 것과 같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일들도 제쳐 놓아야 한다. 오늘 아침도 그렇다. 내게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집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어제 이중주차 한 차를 다시 새로운 자리에 주차하고 나니 벌써 새해 첫날 오전이 가고 있다.
어제 받은 생굴도 손질해야 하고, 아침도 먹어야 하건만, 일단 제쳐두고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다른 일들을 잠시 멈추고, 제쳐두어야만 무언가를 쓸 수 있다. 역시 선택과 버림이다.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일들을 일단 내버려 두는 것.
사람들과 카운트다운을 하며 2022년 1월 1일을 축하하고, 해돋이 명소에 가서 일출을 보고, 새해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게는 역시 이런 생각과 상념들을 키보드를 두드려 글로 써내는 게 가장 좋다. 은은한 뿌듯함과 고요한 충만함이 글을 쓸 때 마음 어디선가 흘러 나온다.
올해도 내 삶의 자리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꾸준히 글로 풀어놓는 한 해가 되기를. 나를 더 돌아보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동시에 타인을 더 이해하고 수용하는 통로로서의 글쓰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매일의 삶 속에서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들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의 시간들도 인내하며 감내해 나가는 글쓰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선택과 버림이지만 동시에 내 삶에서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쓰는 행위를 통해 이것을 계속 마음에 되새기는 2022년 새해가 되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