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안 좋아하니까 못 굽는 거라고

by 김이안


고기를 잘 못 굽는다. 나는 왜 고기를 잘 못 굽는 걸까?



첫째,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연애할 때도, 결혼해서도, 항상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먼저 제안하는 건 아내였다. 중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에게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가끔 졸랐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먼저 고깃집에 가자고 누군가에게 제안했던 적은 거의 없던 것 같다.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 고기 굽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누가 가자고 하면 따라가서 먹을 뿐이다.



따져보니 둘째 셋째 할 것도 없이 이게 이유가 다다. 어렸을 때도 외식하러 고깃집에 그렇게 자주 가지 않았다. 누군가 손님이 왔을 때 어쩌다 한 번씩 갈 뿐.



어제 목련꽃을 보러 갔다가 아직 피지 않아 허탕을 치고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물론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다.



아내가 아이와 화장실에 간 사이 생삼겹살이 나와서 판 위에 올려놓고 고기를 구웠다. 보통 고깃집에 가면 아내가 고기를 굽지만 오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듯하여 내가 집게를 들고 고기를 뒤집어 가며 구웠다.


그런데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이때 뒤집어줘야지"


"자기는 회사에서 고기 구을 때 없어?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해?"


"나참 고기 자르고 이렇게 모아놓는 사람 처음 봤네"



처음 몇 마디는 그냥 넘겼으나 마지막 마디 때는 아내를 노려봤다.



'아니, 이 인간이 기껏 먹고 싶다고 해서 고깃집 왔더니만'



이후로 기분이 상한 나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자도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면 못 구울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회사에서도 고기 굽는 게 조금 서툴다는 얘기를 듣긴 했어도 막 그렇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혹시 모른다. 속으로 욕을 했을지도.)



물론,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즐겨 먹지 않아도 잘 구우면 좋겠지. 그런데 그게 아닌 걸 어떡하나. 에라, 나는 끝까지 서툴 계획이다. "제가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요." 이렇게 말하면 간단하잖나.



아내에게도 분명하게 말해줘야겠다. 당신 때문에, 당신 이 좋아하니까 고깃집 가는 거라고. 나는 고기 별로 안 좋아하고, 고기에 관심이 없으니 잘 못 굽는 거라고. 남자도 고기 잘 못 구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뭐라고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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