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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일 착취

by 김이안


또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을 강탈당했다. 바로 지난 주도 그랬는데 설마 이번에도 출근하라고 하실지는 몰랐다.



"이렇게 종종 직원들 배려 안 하고 휴일날 나오라는 거 빼고는 그래도 인격적인 분이예요"



오늘 약속되었던 점심 자리에서 친한 선배 J에게 얘기했더니 돌아온 대답.



"아니, 그게 비인격적인 거야. 휴일날 나오라고 하는 거."



오늘 약속은 3년 만에 성사된 만남이라 여유 있게 식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려 했건만 나는 서둘러 일어서야 했다.



지난번에는 그래도 전날 공지를 했는데 심지어 이번엔 휴무 당일 아침에 오후 출근 공지가 올라왔다. 아무리 중요한 행사기간이라도 하루 보장된 휴일도 빼앗고, 이건 착취 아닌가.



1시간여 차를 몰아 기관으로 향하면서 친한 동생S와 통화를 했다. 이런 상황을 하소연하며 나도 모르게 위에 했던 말을 똑같이 덧붙였다.



"이렇게 종종 직원들 배려 안 하고 휴일날 나오라는 거 빼고는 그래도 인격적인 분이야"



그랬더니 돌아온 똑같은 같은 대답과 플러스 알파.



"형, 그건 인격적인 게 아니야. 폭력적인 거지"



이 말을 듣는데 가슴이 시원해졌다. 마치 나는 함부로 뭐라 못하겠는데 남이 대신 욕해준 느낌.



정말, 너무 아무렇지 않게 휴무일을 침해당한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러나 어쩌나. 나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을.



동생 S의 말대로 이렇게 쉬는 날 온전히 쉬지 못하게 하는 것도 폭력이다.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니까. 교회도 다니시는 분이, 신앙도 꽤 좋다고 소문난 분이 정작 일주일에 하루 안식하라는 그 성경 말씀은 철저히 무시하며 직원들을 숨 막히게 한다.



이번 주도 하루 휴일의 리듬이 깨졌으니 길고 피로하고 고단하겠구나. 폭력이 맞다. 휴일을 뺏는 것도, 하루를 제대로 못 쉬게 하는 것도 정신적인 폭력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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