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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인생의 가장 고난도 미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대를

by 김이안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늘 새벽만 하더라도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쏟아 내리던 비가 오전이 되어서는 조금씩 그치더니 정오에는 완전히 하늘이 개어 있었다.



결혼식장은 천장과 앞쪽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하객석에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결혼식 주례사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신랑 신부는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 혼인서약도 대동소이하다. 나 OOO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부 OOO를 아내로 맞아 아껴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생활은 어쩌면 긴 레이스이자 마라톤이다. 함께 살아가다 보면 화창한 날도 있고 선선한 때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변덕이 심해서 그때의 상황에 따라 널을 뛴다.


어쩌면 결혼생활은 모 아니면 도다. 계속 관계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거나, 아니면 서서히 메말라 가거나. 아니, 일단 결혼 생활이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서로가 (또는 어느 한쪽이) 관계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당사자들에게 이제 제일 중요한 관계의 1순위는 배우자가 된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삐걱거리면 다른 모든 관계들도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결혼생활도 예기치 못한 변수와 어려움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앞으로 닥칠 수많은 상황들은 서로의 관계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말이 쉬워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대를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이지 어쩌면 인생의 가장 고난도 미션 인지도 모른다.


어느덧 결혼 9년 차인 나. 이따금씩 결혼 예식을 볼 때마다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글쎄, 그때보단 좀 더 관계가 깊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땐 그다지 변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특히 싸운 지 얼마 안 됐을 땐)


10년 차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아직도 사실 어떨 때 보면 아내가 참 낯설 때가 있다. 또 사소한 것에서 불똥이 튀기도 하고. 결혼 생활이란 참 미스터리하면서도 심오하고, 알다가도 알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것이다. 다들 어느 정도 참고 인내하며 서로 헌신할 부분은 헌신하며 그렇게 감당하며 사는 것이겠지. 그래야 어쨌든 결혼 관계라는 것이 유지되니까 말이다.


오늘 새로운 여정을 출발하는 신혼부부를 보며 9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오버랩시켜본다. 그리고 이들도 결혼서약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쨌든 서로가 관계의 1순위임을 기억하며 결혼이라는 특별하고 긴 여정을 잘 헤쳐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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