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

by 김이안


봄의 그대는 벚꽃이었고

여름의 그대는 바람이었으며

가을의 그대는 하늘이었고

겨울의 그대는 하얀 눈이었다.


그대는 언제나

행복 그 자체였다.


_ 강현욱, <사계>



봄이 되고 벚꽃이 필 때 즈음이면 이 시가 생각난다.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시. 어쩌면 사랑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기에 더 애틋하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갈등과 실망은 지속된다. 같이 살기 시작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 5년 즈음되면, 10년 즈음되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갈 뿐 아이가 쑥쑥 크는 것처럼 사랑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다.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은 의지이고 노력입니다.

_ 에리히 프롬


아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지기보다 체념의 골이 깊어짐을 느낄 때 사랑은 결단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사랑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는 지치고 화가 나도 인내해야 한다. 매일 결단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다.



한때는 벚꽃이고, 바람이고, 하늘이며, 하얀 눈이었던 누군가가 때로 황사와 장마, 태풍과 한파같이 느껴진다 해도 사랑하기로 한 결단을 되새기는 한 희망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더 나아질 거라고, 더 이해하게 될 거라고, 더 마음을 나누게 될 거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푹 자는 법을 잃어버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