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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Feb 13. 2024

이순신, 그는 가장이었다

10년에 걸친 '명량' '한산' '노량' 관람을 마치며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 이게 얼마만이던가. 극장에서 3부작 시리즈 영화를 모두 챙겨본 것은. 명량(2014년), 한산(2022년), 노량(2024년). 십 년에 걸친 이순신 장군의 시리즈 영화는 각 영화를 볼 때마다 가족 구성원이 하나씩 늘어 내겐 더 특별하다.



명량을 볼 땐 나와 아내 두 가족이었고, 한산이 개봉했을 땐 딸아이가 있어 세 가족이었다. 그리고 노량을 보려고 예매했을 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늦둥이 아들이 있어 네 가족. 그래서 명량과 한산을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극 중 이순신은 말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속의 시름과 걱정, 생각은 얼마나 많았을까. 각 영화마다 이순신과 조선의 해군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의 긴장감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론 '명량'이 제일 높았던 것 같다. 명량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마른침을 꼴깍 삼켜가며 봤다. 이미 전쟁의 결과를 알고 있었음에도 '와, 이거 상황이 너무 절망적인데'라는 탄식을 하고 있었다. 적장으로 나온 류승룡(구루지마)도 살벌한 존재감을 뿜어내서 더욱 몰입하며 보게 됐다.



이순신은 고독하다. '난중일기'와 소설 '칼의 노래'를 보면 그의 고뇌와 중압감, 상실에 대한 아픔과 외로움이 짙게 배어 나온다. 이순신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나 동시에 그가 맡은 수많은 군사들의 가장이기도 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성 위 누각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시름하는 차에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할 때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나의 애를 끊나니

(어디선가 들여오는 한 곡조 피리소리는 나의 슬픔을 차오르게 하나니)



가장은 외롭고 고독하다. 이순신 3부작은 끝났지만,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벅찰 때면 그를 떠올릴 듯싶다. 숱한 절망과 좌절,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상황. 그 가운데 군사들의 버팀목이자 가장이었던 이순신을. 고독과 외로움을 삼켜가며 수많은 밤을 보냈을 이순신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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