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고 아내가 알려줬다. 이렇게 한 번에 합격하시다니. 지난 추석 연휴 때, 아내는 아버지가 가족 단톡방에 올린 글들 몇 개 추렸고, 그걸로 작가 신청을 했다.
사실 아버지에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서 글을 올려보라고 제안한 건 나였다. 아버지는 취미로 글을 꽤 오랫동안 써왔고, 요즘은 전기안전관리자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처음엔 스티커도 누르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들 바쁘기도 하고 꽤나 긴 분량의 글을 읽기도 쉽지 않아 어느덧 아버지가 카톡방에 올리는 글은 약간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 역시 아버지가 올리는 글을 채 다 읽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글 한편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들어간 에너지가 짐작이 되기에 보라색 엄지척 스티커만 붙이곤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이에게 힘이 되는 건 내 글을 읽어준 사람의 반응 아닌가. 그래서 아버지에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걸 제안했고, 실행력 좋은 아내가 이번에 직접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작가 신청을 한 거다.
브런치 작가 신청. 막상 하려면 부담되고 귀찮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내가 시아버지를 위해 선뜻 글을 고르고, 주제와 개요를 고민해서 작성하고 신청해 준 게 고마웠다. 기대는 별로 안 했다. 나도 브런치에 한 번 떨어졌다가 다시 신청해서 됐는데. 설마 한 번에 작가 승인이 이루어질까.
놀랐고, 기뻤다.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 왈, "이게 다 붙는 방법이 있어. 아버님 글은 애초에 완성도도 있었고. 이로써 나도 한 번에 합격, 아버님도 한 번에 합격. 자기만 몇 번만에 합격이네?"
아내가 묘하게 또 약을 올리긴 했으나 그래도 좋다. 아버지가 쓴 글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공감과 좋아요 하트와 댓글들을 받을 생각을 하니 내가 다 흐뭇했다.
이로써 우리 가족에 브런치 작가가 셋이 됐다. 아내는 글을 한 열 편 정도 올리다가 지금은 올리지 않고, 나는 '내글 구려병'과 '글태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아버지는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고, 지금 그동안 써온 글들을 하나 둘 올리고 있다. '그 기분 나도 알아요 아버지. 신나게 올리세요. 그동안 가족 단톡방에서 외면받아온 글 들, 브런치에서는 다양한 독자님들이 반응해 줄거에요. 그 맛에 글을 쓴답니다.'
아버지를 응원하는 동시에 나도 자극을 받는다. 아버지는 실은 시집을 출간한 적이 있는 출간 작가다. 그리고 나는 이제 5년 남짓 본격적으로 글을 썼지만, 아버지는 20여 년 꾸준히 뭔가를 쓰셨다. 그렇지만 브런치에서는 아버지에게 뒤지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꾸준히 올리는 글수도, 구독자 수도.
아버지, 이제 같은 브런치 작가로 각자 열심히 써보자고요. 글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 좋네요. 글쓰기는 고독과 고뇌를 요하지만 서로 응원하며 재밌게 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