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바라본다. 매년 이맘때쯤 네가 하얀 꽃봉오리를 열고 피어나면, 내 안에서도 무언가가 피어날 것 같다. 그게 무엇일까. 가슴 저편에 묻어둔 꿈일까. 아니면 잊고 있던 추억일까. 목련을 보면 내 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다. 마음이 아린다. 가슴 한 켠이 시큰거린다.
너는 나무에 핀 연꽃이라 해서 '목련'이구나. 꽃눈이 붓을 닮아서 '목필'이라 하기도 하고, 꽃봉오리가 피려고 할 때 끝이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라고도 하는구나. 너처럼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꽃은 없었다. 그만큼 햇살에 비친, 하얀 촛불처럼 빛을 내는 너를 보고 있자면 내 안에도 어떤 빛이 있을 것 같다. 너를 보면 봄의 생기가 내게도 스며드는 것 같아서. 경이로움과 황홀한 아름다움이 나를 감싸서. 그래서 이 봄날, 목련 너를 계속 바라본다.
고흐처럼 신비한 색채와 강렬한 붓터치로 너를 오래 관찰하며 그리고 싶다. 내가 장범준 같은 싱어송라이터라면, 벚꽃엔딩에 필적한 목련엔딩 같은 노래를 만들어 너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글자와 단어를 매만지는 일. 빈약한 언어들로 나의 심상 속 떠오른 너를 묘사하고, 너로 인한 마음의 울렁거림을 표현하는 것.
목련을 볼 때마다 내 안에서 작은 탄성을 지르며, 피어나려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을 계속 기억하고 싶다. 그것이 삶에 대한 의지이든, 내 속 어떤 잠재력에 대한 희망이든, 여전히 붙잡고 있는 꿈의 한 조각이든. 나는 너를 보며 무엇이든 피어내보려고 한다. 이 봄날에. 너의 하얀 불꽃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