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롭다고 말하기 전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당신이 우울하다고 얘기하기 전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 말을 꺼내놓기까지 얼마나 참고, 속앓이를 했을지 이제야 헤아려본다.
집에 가서 넥타이를 풀기 전에 먼저 아내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듣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조언한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나도 그래야 했다. 집에 가서는 먼저 아내가 마음과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남편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충분히 그러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피곤에 지쳐 당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자기 바빴다. 내 잘못이고 과오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당신과 소소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바람을 쐬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몇 분이라도 정기적으로 당신과 나의 관계라는 화분에 물을 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우선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에 치이고 밀려 우리 둘의 시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당장은 티가 나지 않았으나 서서히 당신의 마음이 건조해지고 메말라갔을 것이다.
아무리 밖에서 무슨 성취와 성공을 거둔 들, 아내라는 그릇에 금이가고 깨지면 다 허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집에 와서, 당신이 망가져 있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당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그리고 용서를 구한다. 내가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걸 더 우선했어야 했다. 둘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어떻게든 먼저 확보했어야 했다. 마음을 풀지 못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까지 되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려 한다. 먼저 어떻게 시간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한다. 더 이상 늦지 않게, 우리의 관계에 적절히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할 것이다. 나의 휴식보다 당신의 휴식을 더 우선할 것이다. 가까이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내 입에서 '미안하다'란 말보다, 당신의 입에서 '고마워'라는 말이 더 자주 나올 수 있도록. 그렇게 애써보겠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