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열심히 살았다. 나 자신을 착취하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들을 해냈다. 모든 결과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성실하게, 할 만큼 한 나 스스로에게 잔잔한 뿌듯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틈틈이 글을 쓰고,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통과해야 할 시험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보니 짧은 글 한 편도 완성되지 않았다. 해야 할 공부의 조바심이 글의 흐름을 막았다. 기록하고 표현하고픈 생각과 감정들이 있었으나 좀처럼 단어와 문장의 옷을 입히지 못했다. 짧은 메모들도 살이 더 붙지 않았다. 메모장에는 단어와 문장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 초록초록해서
초여름
# 최선을 다하고
마주하는 벽은
더 높고 쓰라리다
# 6월, 햇빛과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들
# 시험은 감기와 같아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
브런치에서 알람이 온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나도 잘 안다. 글쓰기에도 관성이 있다는 걸. 자주, 꾸준히 쓰면 생각이 문장을 좀 더 부드럽게 밀고 나간다. 그러나 오래 안 쓰다, 다시 쓰려면 좀처럼 문장이 나아기지 않는다. 뻑뻑하고 힘겹다. 또 괜히 어색하다. 부끄럽다. 여하튼 좀 삐그덕 댄다.
물론 완벽한 글은 없기에,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일단 써재끼는 게 글이라지만, 때로는 과도한 열린 결말과 나 스스로도 대체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난감할 때가 있다. 또는, 아이디어와 시상은 좋은데 거기서 뭔가 더 나아가지 않아서. 좀처럼 어떤 방향으로든 뻗어나가지 못해서 멈출 때도 있고.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어느 한쪽에 최선을 다해, 자는 시간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도 쏟아내며 에너지를 쏟는다면 다른 한쪽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걸 알지만서도,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라는 브런치의 알람을 받을 때 나는 씁쓸하다. 글을 발행하지 않은 날이 하루 이틀, 삼일 나흘, 한 주, 두 주 쌓여갈 때 나는 글자의 변비라도 걸린 양 속이 불편하다.
그래서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주문을 걸며 다시 써본다. 이제 좀 개운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