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작업

by 김이안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해서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한 번 찾아봤다. 물류센터 야간 상하차 일을 직접 하고 온 어떤 분은 작업이 시작된 지 3시간쯤 무렵부터 도망가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그 정도로 일의 강도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는 것. 중간에 가버리면 일당을 아예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본인도 끝까지 버티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느 기자가 직접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잠입 취재한 영상을 보았다. 기자가 맨 처음 한 작업은 레일 위로 지나가는 택배 물품들 중에서 작은 택배 물품을 바깥으로 빼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레일의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배속 화면이 아니라는 내레이션을 들어도 믿기지 않았다. 레일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작은 택배 상자와 비닐 포장 물품을 기자가 미처 걸러내지 못하자 "뭐해요 빨리빨리 해야죠!"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잠입 취재 기자가 이어선 한 작업은 쌀이나 김치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 20kg 무게의 스티로폼 택배 상자를 레일 위에 싣는 일이었다. 옆에는 흰 박스가 어른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는데 어느 정도 흰 박스를 레일 위로 싣고 나면 상자 더미가 다시 쌓였다. 10분, 아니 5분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유일한 쉬는 시간은 자정 즈음. 밤참을 겸한 식사시간인 딱 1시간이었다. 이후 아침에 동이 틀 때까지도 이러한 강도의 작업이 계속됐다.



물류센터 일이 힘들다는 건 익히 들어왔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비현실적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레일 위 택배 상자들과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던 영상 속 근무자들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가볍게 경험삼아 해보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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