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에세이스트. 설마, 내가?

by 김이안


"에세이스트 오늘 발표났네...ㅎㅎㅎ"



아내의 메시지에 yes24 홈페이지를 열어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창을 클릭했다. 수상자 발표 탭을 클릭하니 다음의 화면이 떴다.




역시 안됐구나 하며, 김신회 작가의 대상 글 심사평을 읽었다. 저런 심사평도 받고. <뜨개하는 삶>을 쓴 사람이 부러웠다. 수상자 아이디들을 다시 한 번 쓰윽 훑어보며 창을 닫으려는데, 가작 부문 맨 마지막 아이디가 어딘지 좀 이상하다.



'nemo라, 아이디 앞이 나랑 비슷하네..'



아이디를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살펴봤다.



'n.e m.o.k n.i.*.*.*'



그런데 'nemo' 뒤에 'kni' 도 똑같은 게 아닌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설마 그럴 리가. 확실하고 명백한 확인이 필요했다.



'*** 빼고 나랑 아이디가 똑같은 건가. 아닌데. 그게 더 어려울 거 같은데.


중학생 때 별명인 nemo 와 그때 왠지 '기사'라는 영어단어가 멋져서 'knight'를 붙인 건데.


*** 이 ght 이면 완전히 나인데. '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빨리, 더 확인하고 싶었다. 찾고 찾고 또 찾아 결국 <채널예스> 공지사항에서 수상자 발표 전문을 발견했다. 맙소사, 그런데, 정말로, 지난달에 내가 응모한 글 제목이 있었다. 아이디의 마지막 세 글자 ***은 그대로 가려져 있었으나 제목은, 그 제목은, 다름 아닌 내가 지은 제목이었던 것..!





아,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몇 주간 이직 준비로 마음고생을 했던 터라 더더욱 이 사실이 꿈처럼 느껴졌다. 자리에 일어나 거실을 왔다 갔다 걷는데 마음이 떨렸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직의 어려움 때문에 답답하기도 하고 책 읽기나 글쓰기도 거의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내면이 가라앉아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신회 작가님이 남겨준 심사평을 읽을 땐 가슴이 벅차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아내에게 수상 소식을 알리고, 굳이 심사평을 내 목소리로 들려줘야겠다고 주장해서(?) 한 어절 한 어절 정성스레 읽어줬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신회 작가가 나의 글을 읽고 이런 평을 해준다는 게 감개무량했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기억났다. 작년에 내 맘대로 정한 '2020 올해의 책 베스트 5' 중 1위가 바로 <심심과 열심>, 김신회 작가의 책이었던 것..!



https://blog.naver.com/wheatberry7/222182918964



잠깐 이걸 잊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유난히 감개무량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구나. 김신회 작가가 내 글을 '읽어주고'과 '따스한 심사평'을 남겨주었다니. 오늘의 이 사건은 앞으로 몇 개월간 글쓰기의 박카스가 될 것 같다. 앞으로 글을 쓰다가 '내글구려병' 증상이 스믈스믈 올라올 때마다 이 심사평을 읽고 또 읽으리.


밤이 늦었지만 오늘 자기 전에 김신회 작가가 남겨준 피드백을 정성스레 손글씨로 옮겨 적고 자야겠다.






(부끄럽지만 5월 <나도 에세이스트> 응모글과 심사평 링크 올려드립니다)


https://brunch.co.kr/@fevernova/72


http://ch.yes24.com/Notice/View/All?no=3930


(다시 봐도,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꾸역꾸역 쓰고 응모도 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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