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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안 Aug 30. 2021

어느덧 가을이, 어김없이 가을이


후덥지근한 여름이 슬슬 자취를 감추고 선선한 저녁 공기가 창가에 들어올 때. 어쩌면 이렇게 계절이 어김없이, 정해진 때에, 약속이라도 한 듯 바뀔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에도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선선한 공기가 감도는 밤,

잠들기 전, 창문을 꼭 닫아주세요!'



날씨어플이 이제는 한밤의 공기가 싸늘해질 수 있으니 창문까지 닫으라고 알려준다.



이렇게 사계절을 몇 번, 몇 십 번을 반복해서 맞고 나면 누구나 생을 마감한다. 벼와 나무들은 자기만의 알곡과 열매들을 가을에 내놓을 텐데 올해 나는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중에 삶을 마감할 때 나는 무엇이 보람 있었다고, 어떤 게 내 열매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한 듯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계절의 변화. 이 오묘한 질서. 경이로움. 주어진 삶에 대한 책임감.



밤공기가 선선하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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