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구미가 당기는 흥미로운 도입부 구상하기
여러분들은 출퇴근 시간에 핸드폰을 들면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보통 3가지 위주로 반복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하거나 인스타그램을 접속해 지인들의 소식과 요즘 뜨는 가십을 확인하고, 유튜브에 들어가 구독하는 채널의 영상을 보거나 알고리즘에 선택받은 영상을 클릭하죠. 제가 한 3가지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클릭'하는 것입니다. 사건 사고를 알리는 뉴스 헤드라인과 지인 및 연예인의 새로운 사진들, 왜인지 보고 싶어지는 자극적인 썸네일까지. 우리는 단 몇 초만에 궁금한 것과 궁금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서 클릭합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할 내용은 기획 방향의 3단 구성 중 '도입부'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앞서 출퇴근 행동 3가지에 오늘의 주제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도입부의 핵심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기획에서의 도입부는 제안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문제의 원인을 제시하면서, 이 기획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어야 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도입부를 설명하기 위해 제가 대학생 시절 가장 좋아하고 열심히 참여했던 수업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 수업은 드라마를 기획하고 실제 단막극 대본을 쓰는 수업이었는데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게 꿈이어서 정말 밤낮 가리지 않고 기획서와 대본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 배운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기획을 할 때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쓸 때도 무작정 대본부터 쓰지 않고 먼저 기획서를 쓴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이 기획서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시놉시스'입니다. 시놉시스에는 구상한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게 여러 요소를 간략히 설명합니다. 드라마의 제목과 기획 의도를 먼저 설명하고, 개성 있는 한 줄의 주제를 비롯해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명과 각 회차별 줄거리를 주요 내용만 큰 줄기로 작성합니다.
시놉시스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아이디어를 '한눈에 들어오게 쓰는 것'입니다. 제목도 한 번 봤을 때 기억이 날 만큼 흥미를 끌어야 하며, 스토리를 함축해야 합니다. 남한 여자가 예기치 못한 일로 북한에 불시착하는 '사랑의 불시착', 사고로 힘을 얻게 된 여성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힘쎈여자 도봉순', 투숙하게 된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타인은 지옥이다' 등 잘 쓴 드라마는 제목만 봐도 한눈에 흥미가 가면서 주인공과 전반적인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획의도에서는 이 드라마를 왜 지금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한눈에 들어오는 컨셉과 문구로 설득해야 합니다. 주제도 되도록 간결하게 개성 있는 한 줄로 써야 하죠. 등장인물은 이름, 성별, 나이와 같은 인적사항과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이나 성격, 그리고 인물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나 인물은 첫 등장 후 10분 안에 인물의 성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소품이나 에피소드를 구성해야 합니다. 드라마의 첫 화와 소설의 첫 문장 등 도입부는 작가들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는 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드라마의 시놉시스, 이야기의 도입부가 중요할까요? 시놉시스는 심사위원에게 읽혀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함이며, 드라마로 방영됐을 때는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 다음화를 보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시선을 끌어서 기억에 남는 첫인상을 만들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도입부가 중요한 이유이자 도입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디자인 회사'이기 때문에 기획을 할 때도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을 합니다. 프로스포츠 디자인 기획은 대부분 지난 시즌의 성적에 따라 도입부가 결정이 되기 때문에, 붐업을 시키자거나 원팀이 되자는 식으로 도입부는 짧게 지나가고 본 내용인 캐치프레이즈와 디자인을 더 깊게 설명하곤 합니다.
그런데 올해 5월쯤 대표님께서 새로운 과업을 던져주셨습니다. 어느 시의 한 부지에 병원과 글램핑장, 체육 시설과 슈퍼마켓, 카페가 들어서는데 이 구역에 대한 전반적인 브랜딩을 해보라는 과업이었습니다. 회사가 프로스포츠를 위주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기획은 할 일이 없어서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브랜딩 기획'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만 꼭 잘 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곳은 아직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았고, 공사도 진행되지 않아서 말 그대로 아이디어만 가지고 기획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곳에 들어설 시설과 부지의 위치만 듣고 어떻게 브랜딩을 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하던 어느 날, 아이와 부모가 모두 집에만 있어서 우울증이 심해진다는 '코로나 블루'에 대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한창 코로나가 심각할 때였던 터라 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해 우울해지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봄 시설에 맡기지 못하다 보니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육아 스트레스가 커져서 우울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아이들의 외부 활동에 대한 부모들의 니즈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브랜딩의 컨셉을 정해주는 이정표가 되었고,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컨셉으로 도입부를 작성했습니다.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비롯한 외부 활동을 할 때 부모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하다가 나중에는 가족이 다 함께 글램핑을 하며 쉬는 공간으로 말이죠.
이 기획은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아닌 저희 회사의 제안이었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몰라서 기획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를 계속해서 되물었습니다. 그런데 발표를 듣고 난 후 클라이언트께서는 잠시 숨을 고르시고는 "이 공간을 기획하는 제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며 "어떻게 이렇게 저와 비슷하게 생각을 하셨는지 대단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이 기획은 순수히 제 아이디어와 생각으로 100프로 채워졌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뛸 듯이 기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기획 의도가 클라이언트와 맞닿아 있었고, 이를 도입부에서 잘 설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직 기획이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은 제 힘으로 온전히 한 구역을 브랜딩하고 브랜드 스토리와 네이밍을 지어보면서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는 기획을 해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때 깨달은 점은 기획의 도입부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제시된 본론이 궁금해지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기획을 하면서 전에 배웠던 드라마 작성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라마 작성법을 통해 모든 글에 써먹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비법'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