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실 Oct 14. 2021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08_어떤 글에도 써먹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적용하기

*참고 사항 : 이 글은 '기획의 3단 구성법' 첫 번째 편으로 총 3편에 걸쳐 이어지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를 대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들 오징어 게임 보셨나요? 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라서며 난리죠. 오징어 게임 전에는 킹덤, 킹덤 전에는 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그대 전에는 대장금, 겨울연가 등 등... '한류'라고 일컬었던 'K-드라마' 콘텐츠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콘텐츠들은 왜 이렇게 각광을 받을까요?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콘텐츠들은 재미있습니다. 서사, 캐릭터, 설정 등 모든 콘셉트가 다 살아있죠. 또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이 확실합니다. 기존 할리우드는 주인공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나라는 사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물의 감정 묘사와 심리 변화에 신경을 많이 쓰죠. 이런 점들이 K-드라마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드라마 작법 자체가 모든 글의 뼈대로 써도 될 정도로 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킹덤이나 오징어 게임을 보고 나서 '와 이거 어떻게 썼지?' 하는 생각이 드시죠? 그건 그만큼 이야기의 구조가 잘 짜였다는 말입니다. 잘 쓴 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 하나하나 쌓아 올린 공든 탑과 같습니다. 오늘은 드라마 작법을 통해 기획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서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기초인 '3단 구성'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구성을 기획서의 뼈대라고 본다면, 드라마의 뼈대는 조금 더 세분화되어있습니다. 드라마는 소설의 구성을 따라 크게는 3단 구성(도입부-전개부-결말부), 작게는 5단 구성(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드라마는 각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마다 '어떠한 사건과 계기'가 발생하는데, 이는 인물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설의 5단 구성(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 3단 구성(도입부-전개부-결말부)


드라마의 큰 뼈대가 3단 구성이라면 드라마의 알맹이, 즉 본론은 '인물과 사건'이 중심입니다. 이야기에는 사건의 중심을 이끌고 가는 화자(주로 주인공)가 있고, 이 화자가 사건이나 다른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드라마는 기획서 같은 비즈니스용 글처럼 문제 해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이 주가 되지만, 드라마도 시청자를 등장인물에 공감하고 이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용 글과 이야기의 전반적인 구조는 같습니다. 


도입부에서는 앞서 설명했듯,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이야기와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단막극의 경우 10분 내외, 미니시리즈의 경우 1회에서 주인공의 배경과 외모, 성격을 보여주는 사건이나 행동을 통해 첫인상을 만듭니다.


오징어 게임의 예를 들면 1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 기훈이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앞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빈곤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함께 딸의 생일날 경마장에서 도박을 하는 모습, 운 좋게 딴 돈을 잃고 신체 포기 각서를 작성하고 딸에게도 체면을 구긴 채 막차마저 놓쳐버린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훈의 성격과 현재 처지까지 다 알 수 있습니다. 늙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철없는 자식에 아내와 이혼하고 딸에게 떳떳하지 못한 사채 빚까지 있는 인물이죠. 이렇게 어설픈 인간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시청자들은 자꾸만 궁금해집니다. 이것이 도입부에서 해야 할 역할이자 앞으로 벌어질 일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주인공에게는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을 통해 인물은 어떤 선택의 기로에 부딪히게 되고 이야기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목표를 세우게 되는데,  사건이 바로 '자극적 계기'입니다. 자극적 계기는 전체 이야기의 '발단' 되는 지점으로, 극 전체 이야기 중 요 사건의 포문을 여는 전환점이라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자극적 계기는 기훈이 정장을 입은 남자(공유)와 만나는 일입니다. 남자는 하루 종일 허탕을 친 기훈에게 딱지 치기를 제안합니다. 딱지를 쳐서 기훈이 이기면 10만 원을 받고, 지면 10만 원을 내는 게임이죠. 기훈은 돈가방을 보고 혹해 게임에 참가하고, 졌을 때는 따귀를 맞는 걸로 대신해서 돈을 법니다.


게임이 끝난 후 남자는 나머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가 그려진 명함을 건넵니다. 이 사건은 이내 기훈에게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쓰러져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기 때문이죠. 기훈은 최후의 보루로 전부인에게 찾아가 돈을 빌리고자 하는데, 새 남편이 기훈에게 돈을 쥐어주고 이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에 주먹을 날립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기훈의 딸이 목격하면서 친아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죠.


딸과 전부인은 내년에 새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갈 예정이고, 자신이 폭력을 쓰는 장면을 딸이 목격했으며, 수술비가 없어서 어머니의 다리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르는 첩첩산중의 상황!! 기훈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듯한 상황이 한꺼번에 들이닥쳤습니다.  상황들은 사실 기훈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설득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기댈 곳이 없는 기훈이 유일하게 기댈  있는 곳은 남자가  명함뿐이니까요.


현실에서 희망이 없는 기훈은 '어머니 수술비 마련'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게임에 참가하게 되죠. 자극적 계기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만나는 , 발단은 데스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라   있습니다. 지금까지가 도입부에서 전체 스토리의 발단이 되는 자극적 계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보았을 때 어떤가요? 기훈의 배경과 성격을 알기 때문에 그가 처한 상황에서의 선택(명함 번호로 연락)이 충분히 이해가지 않나요? 이처럼 스토리텔링이   이야기는   인물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이 갑니다. 이는  인물의 성격과 배경 설명이 인물이 처해진 상황과  어우러졌으며, 구조적으로 사건을 소설/드라마의 5단계 구성에 맞춰  배치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획서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는 '자연스러운 설득'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서를 읽고 발표를 듣는 청자의 입장에서 기획서의 내용이 부자연스럽다면 내용에 반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기획서 또한 드라마와 소설을  걸리는  없이 술술 읽혀야 내용에 공감을 이끌어   있습니다. 내용이  흐르듯 읽히기 위해서는 결국 글의 구조를 탄탄히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드라마의 작성법에서 인물 간의 관계와 사건의 원인과 전개, 해결, 결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본 후 잘 된 스토리텔링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라마 작성법 ‘전개부’에서 배울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7화 클릭을 부르는 도입부 작성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