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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실 Sep 25. 2021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기획자

01_문제의 원인을 찾아 인식하기


'기획'이라고 하면 어쩐지 거창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일상생활에서 작고 큰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신다고요? 그렇다면 기획의 뜻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기획 : 일을 꾀하여 계획함.
꾀하다 : 어떤 일을 이루려고 뜻을 두거나 힘을 쓰다.


'기획'이란 일을 꾀하여 계획함을 뜻하며, '꾀하다'는 어떤 일을 이루려고 뜻을 두거나 힘을 쓰다는 뜻입니다.


글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단어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정확한 뜻을 알게 되면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과 함께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죠.


결국 기획이란, 어떤 일을 이루려고 힘을 쓰며 계획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점심시간에 부장님부터 막내 사원까지 만족할 만한 음식으로 무엇을 먹을지, 퇴근 후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보상으로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이 회사가 영 아니다 싶을 때 어떤 회사로 이직을 할 것인지, 명절을 맞이하여 돈봉투와 선물 중 부모님의 미소를 짓게 할 것이 무엇인지, 오랜만의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 인연을 더 이어갈지 말지 등...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우리의 삶을 기획합니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선택들이 모인 결과물이며, 이 선택들은 우리의 가치관이 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 있을 때 우리는 선택의 지표를 수정하며 다시 삶을 계획할 것입니다.


기획은 이때 필요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방향성을 다시 세우는 것.
기획의 첫 번째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최초의 기획은 일기와 시를 썼던 일입니다.


방학 때마다 일기를 미뤄 써 본 기억, 다들 있으시죠? 저의 글쓰기 훈련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매일매일 일기를 쓰도록 시키셨기 때문이죠.


당시 저는 내성적인 성격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으로 일기를 꼬박꼬박 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성적이고 섬세한 성향을 타고났기에 일기를 쓰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린애가 매일매일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싶은데도 다시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자동차 너머 변화하는 풍경, 나뭇잎과 공기로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 친구들과 교실 내의 사소한 이야기 등등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표현했다기엔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묘사한 글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아마도 일기를 쓰는 게 재미있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글을 쓰는 것이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글감으로 쓴다고 해도 매일 같은 방식으로 일기를 쓰다 보면 지루할 수 있겠죠.

저는 '보다 더 재미있게 일기를 쓰기 위해'서 다른 방식과 형태를 고안해봤습니다.

그림으로 일기를 쓰기도 하고, 신문을 읽고 쓰기도 하고, 특정 단어를 기호로 표기해 쓰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글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까요. 방 침대에서 낮잠을 자려 누워 있을 때 창문 밖으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솔솔 부는 바람에 잠 기운이 섞여 몽롱한 기분과 함께 몸이 붕 뜨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의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았고, 곧장 몸을 일으켜 일기장을 꺼내 이를 적기 시작했죠.


그런데 단순한 일기로는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잠시 고민하다 단문 형태로 글을 썼고,

 글은 제가 처음으로  시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때의 기분과 감각을 잊지 못합니다.






제가 한 최초의 기획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다 더 재밌게 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기획의 첫 번째 원칙, 문제의 원인을 찾아 인식하는 것. 그때의 문제는 '일기 쓰는 방식의 지루함'이었고, 저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했습니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저는 일기의 한 방식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물건을 보고 쓰기도 했고, 당시의 감정을 쓰기도 했죠. 특히 중학생이 되면서 극심한 사춘기를 겪을 때 시는 제게 큰 취미이자 의미가 되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중압감을 받을 때,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역할과 존재감을 찾고자 할 때 시를 쓰면서 제 안에 있는 응어리, 기분, 감정을 모두 토해냈습니다.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내면을 터놓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친구였던 것이죠. 시를 쓰고 있으면 모든 걱정으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현실로부터 탈출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는 청소년기 제 자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글쓰기 대회에 참여했고, 문예부를 들면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고, 중학교 때는 학급 신문에 서평을 썼으며, 중3 때는 친구 따라 신청했던 '광역시 문예창작 영재반'에 합격했습니다. 고 1 때는 이 수업을 들으며 격주 토요일마다 각 학교의 뛰어난 학생들과 치열히 시를 썼습니다. 정말 독특하고 멋지게 시를 쓰는 또래들에 좌절도 많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이때 느낀 강렬함 때문에 대학도 문예창작학과로 진학했죠.

 

이 모든 것은 일기로부터 시작된 선택이자 기획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과거에 찍은 점은 미래와 연결되어 선이 된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과거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 즉 '어떤 방식으로 나를 기획했는가'를 통해 결정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부분부터 우리의 모습을 변화시킵니다과거에 한 사소한 일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미래에 태풍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때 중요한 것이 기획입니다. 나 자신을 어떻게 기획하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나는 이때까지 어떤 삶을 기획했으며, 미래에는 어떤 방향과 모습으로 인생을 살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기획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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