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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실 Oct 03. 2021

Like와 Well의 운동화 끈 관계

03_잘 풀리지 않을 시 처음부터 다시 질문하기


6개월간의 짧고도 굵은 문화기획사의 인턴 기간이 끝나고, 저는 또다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서류를 넣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무엇이 잘못일까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자소서를 다시 읽고 수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조금 더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해 보기로 한 것이죠. 당시 제가 쓴 자소서와 직무는 대게 마케팅, 영업관리와 같은 경영 기반의 사무직이었습니다. 마케팅과 관련된 일이 하고 싶어서 해본 적도 없는 마케팅 직무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스펙과 학벌이 좋아도 떨어지기 십상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률의 마케팅 직무에 겁도 없이 원서를 넣은 거죠. 한마디로 저는 뭣도 모르면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고 조르기만 하는 아이'였습니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떼를 쓴다고 엄마들이 다 장난감을 사주는 게 아니죠. 오히려 엄마들은 그렇게 누워 있으면 두고 간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가실 겁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잘하는 일'로 치환되었죠. 그렇게 문제를 깨닫자 다음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에서 볼 때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일은 글을 다루는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대학생 때는 매 학기 새벽까지 잠도 못 자며 과제를 했었기에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글 쓰기 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글을 다루는 직업을 배제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왜 전공을 살리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제가 이를 잊고 지낸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생 때 워낙 글 잘 쓰는 학생들을 많이 보다 보니 글 쓰는 쪽으로 직업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잘 쓰는 사람도 훨씬 많은데 내가 어떻게 이걸 직업으로 삼아?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죠. 객관적으로 저는 학점이 매우 좋은 편도 아니었고, 교수님께 촉망받는 제자도 아니었을뿐더러 공모전이나 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력도 없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이어진 글 쓰는 능력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자괴감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서류 탈락이 이어지며 글 쓰기 능력에 대한 의심은 커져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제 자존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던 대상은 전국에서 글로 날고 긴다 하는 친구들이었던 거죠. 전국에서 글 잘 쓰기로 소문난 학생들만 모여놨으니 제가 주눅이 드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자율전공학부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간 학과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으니 실력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학과 학생이 아닌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비교하니 저는 훨씬 능력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글쓰기 훈련도 많이 하고, 글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익혔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질문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나왔습니다. '글 쓰기'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관심 있는 일은 많았습니다. 문화기획사의 일을 통해 '기획자'에도 관심이 있었고, 짧은 글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카피라이터', 회사의 일을 알리는 '홍보팀',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관여하는 '마케팅' 등등... 관심 있는 직무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잘하는 일'을 먼저 정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원서를 넣을 수 있는 회사의 수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사무직만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춰서 현실적으로 제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특별한 이력 없이 아직 일 경험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사람을 사회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서류를 넣던 6월,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면접을 보고 싶다는 전화였습니다! 


면접을 보고 싶다던 회사는 현재 제가 1년 3개월째 다니고 있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직무는 '기획'과 '카피라이팅'입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죠. 앞선 이야기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우선순위는 우선 '잘하는 일'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무 자르듯 뚝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잘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과 관련 있었습니다. 글 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었고, 이는 하고 싶은 일이 되었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지만,
그에 앞서 '내가 잘하는 것' 알고 싶다면 '내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운동화 끈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시작점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두 가지는 서로 교차하며 얼기설기 얽혀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엉성하게 묶여있거나 잘못 묶여서 엉킬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제가 했던 것처럼 해결책을 찾아 끈을 다 풀고 다시 묶어나가면 됩니다. 한 번 잘못 묶었다고 해서 영원히 풀 수 없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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