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5. 평범인간

코코유카

by EARNEST RABBIT

난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고난과 시련이 나에게 닥친 것이다. 그들은 날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대로 바라본다 해도 자신들의 생각과 잣대로 단정 지으며 정의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지 않아도 그들은 날 그들의 가치관과 틀 안에 가둬 놓고 재단한다. 오늘은 내 목이 잘린 날이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웠다. 2022. 11. 28일 그리고 2022. 11. 30일 간격으로 내 관계에 한파 같은 겨울이 다가왔다. 짧디 짧은 계절 가을은 그렇게 소멸되었다. 나의 인생도 그렇게 소멸될 것 같았다. 눈을 깜박이는 찰나에 소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여기저기 빚을 갚으라는 문자와 연락으로 하루가 소란스럽다. 이 소란은 충분히 가시지 않은 내 분노에 기름을 드리 부었다. 활활 타올랐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용광로가 되어 버린 나의 감정의 활화산(活火山, active volcano). 무엇을 넣어도 녹여버리는 용광로 속 불 같았다. 이 원리는 내 감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좋은 말도, 좋지 않은 말은 더 꼬아서 듣는 날이 많아졌다. 다리를 꼬았다 풀 수 있듯이 내 쓰레기 같은 감정도 그렇게 풀어 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한 번 꼬이고, 엉킨 삶에 대한 나의 감정적 꼬임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난 알지 못하겠다. '연 19.7%의 저축은행 고리대출 300만원을 받을까? 말까?'를 고민한다. '내가 살아야만 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한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나고, 서럽고, 짜증이 난다. 내 삶의 중심에 나는 없다. 타인만 있을 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타인 의존적 성격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골목에서 옆 집에 누가 있는지 다 알고 지내는 어린 시절. 세상물정을 알아야 하지도 않았기에. 내 삶을 뇌의 영역 해마에 저장할 수 있는 사회적 나이가 된 후.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까지. 판자촌, 상/하방, 쪽방, 삭을세, 월세, 전세, 자가의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 단체생활로의 편입이 결정된 4학년 말. 세상이 돌아가는 자본주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더운 여름 장마철,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의 한파. 세탁기가 없는 집에서의 빨래 이슈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는지.


타인의 시선을 무척이나 신경 쓰는 한 인간이 살아온 유년시절의 집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의 다양성을 알려드리기 위해 부득불 한 사람이 살아내온 수년의 세월 동안. 집에서 비롯된 사회 계층 간의 빈부격차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쪽지에 적어놓은 미상의 작가의 문장을 되뇌었다. 삶이 공평하다는 희망고문에 빠져선 안된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래쪽에 속해 있는 사람이 오르막 길을 얼마나 잘 기어오르냐에 따라 달라진다.


travel-9737850_1280.jpg



이전 04화소설 / 4. 평범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