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9. 평범인간

코코유카

by EARNEST RABBIT

어차피 모든 시작은 서투니까 특별하지 않아 희소성 없는 인생. 오늘도 난 날 통제하지 못했다.


"어 있네?!"

"안녕하세요?"


사전에 말도 없었고, 예고도 없이 자신의 클래스를 내 공간에 붙어 있는 자리에서 당연하게 하려 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내가 청소하고, 관리하는 공간 내에서 손님이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자신의 기물을 가져다 놓고 당연한 듯. 자신의 공간처럼 사용하려고 했다.


예의를 바라지도 않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서로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듯하다.


세상에 편입되지 못한 비주류의 삶이라 생각하며, 비관적인 생각과 함께 3번의 자살기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정신과 치료와 함께 시작된 병원 치료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기까지(1년의 유급) 4년의 병상의 기록과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욕망이 지금의 성격을 만든 것일 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옛 선조들의 말에 힘을 얻어. 삶이라는 개똥밭을 열심히 구르며, 버텨낸 날들. 요즘 들어 '왜 버티고 살았을까?' 하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그 회의감으로 잠식된 순간.


"엇, 저희가 오늘은 이 공간에서 손님을 받아야 해서..."


내 말을 전해 들은 대표는 쌍꺼풀 없는 게슴츠레한 눈이 더 가늘어지며, 입꼬리가 내리고, 눈꼬리는 올린 표정으로 잠시 날 빤히 쳐다본다. 야외 바닥에서 사용했을 아이스박스를 깨끗이 닦아 놓은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아 그래요. 잠시만요..."


공간 내에 함께 붙어있는 반대쪽에 자리한 넓은 공간의 카페.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이라 그들은 언제나 뭉쳐 지냈다. 처음 클래스를 시작했던 날도 클래스로 예정된 사람들의 커피가 아니면, 모든 소비는 반대편 카페에서 지불했다.


이제 와서 무엇이 아쉽겠는가. 아쉬움은 없다. 어이없음과 짜증만 가득할 뿐이다.


자신의 와이프로 보이는 사람은 이미 반대편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곳 공간을 무상으로 아무 말도 없이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통유리 너머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온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통로가 이어진 구조. 추운 늦가을 문을 닫아 놓고, 공간에 상주하고 있었다. 왠지 찬 바람이 들어온다 싶더니. 문도 닫지 않은 채. 이곳과 저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마치 자신의 공간처럼 모든 것을 자신 마음대로 이용했다.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니 당연하다. 당연하다지만...


"네에~~ 저 쪽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이쪽에서 하지 않아도, 다른 공간에서 하면 되거든!', '쪼잔한 새끼.'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 않아도 보이는 행위와 표정 비언어적 신호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제스처로 나에게 모욕감을 줬다.


투명한 두 개의 통유리 문으로 사라져 갔지만, 찝찝한 뒷 끝은 선명하게 남았던 순간이었다.


이승을 스스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당신보다 더 못한 개똥밭을 나도 구르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같이 잘 굴러보자는 동반자적 이야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은 "모든 삶의 굴레가 소설의 소재에 쓰이기 위해 일어났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나는 내 과거와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부정적인 일들은 보여주면 안 될 치부라 생각했다. 그래서 감추기 바빴다. 항상, 어둠만을 찾아다니며 세상과 소통하기보다는 단절을 선택하는 것. 그것 만이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어둠에 갇힌 내 손을 붙잡고 인생이라는 광명으로 이끌어 준 것.


하루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습관 덕분이다. 내 이야기에 내가 귀 기울이고, 혼자일 때도 함께 하는 것처럼 내 자신을 속이는 것. 그게 오늘을 또 버텨내고, 살아내게 한다.






쪽지에 적어놓은 미상의 작가의 문장을 되뇌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타인이 보는 시선 끝에 놓지 마. 내가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한다면 어느 밭에 있든 거기가 바로 천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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