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쓴 진실

[파킨슨의 법칙] 파킨슨

by GONDWANA



사무실의 인원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결과물이 2배가 되는것은 아니며 심지어 결과물의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업에서의 인사관리란 것이 중요해지지만 기업입장에서 인원을 뽑기는 쉬워도 줄이는 것은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강력한 인사통제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은 공무원의 경우에 있어서 조직은 점차 비대해지지만 하는 일은 과거에 비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파킨슨이 연구한 방식과 제시한 공식을 보며 이것이 수학적으로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것인지 좀 의문이 가긴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효율은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직은 계속해서 인원을 늘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개인당 업무는 여전히 많은 것처럼 보이며 점점 비대해지는 조직의 관리를 위해 관리자를 더 뽑아야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작지만 강한정부'의 취지를 살리고자 공무원숫자의 감축을 선언하고 청와대와 정부조직을 통폐합함으로써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몇 년 가지도 못해 노무현 정부때보다 해당 공무원 숫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을 보면 공조직이란 것은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킨슨의 이 재기발랄한 책에서 특히나 공감한 것이 회의와 관련한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위원회의 회의체계나 논의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그 인원은 늘어나기만 한다. 나중에는 그냥 허울뿐인 회의가 되고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사항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핵심인원들만 모인 소수의 작은 모임이 다시 필요해지고 위원회 속의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회 속의 위원회도 또 시간이 지나면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같은 폐단이 다시 발생하게 된다. 파킨슨은 최악의 위원회 숫자가 19-22명 사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숫자의 회의는 회의장의 배치나, 구성원의 참석률, 대체적 의사결정구조로 놓고 봤을 때 완전 개판 5분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위원회는 특히 정치계에 수두룩하다. 국회의원 뱃지를 하나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은 자기가 얼떨결에 배정받은 위원회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원은 실제로 그렇건 아니건간에 전문가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당이 들고나오는 것들에 대해 덮어놓고 반대를 하고 자신의 당의 것은 찬성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나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거나, 사안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어설프게 아는체 할 필요도 없이 "당론에 따를 것", "ㅇㅇㅇ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같은 말로 둘러대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전문가가 막대한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원전건설과 향후 50년간 유지비와 폐쇄했을때의 방사능물질 처리비용까지해서 수조원이란 예산의 집행을 결정할때 원전부지의 적절성이나 환경문제 그런 것들까지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꼼꼼이 비용을 따져야 하지만 사람들은 수조원이란 돈 자체에 대해 실감하지 못한다. 잘 모르는 분야이므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순식간에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다. 대신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짜리 지엽적인 예산집행을 의결하는데는 몇시간씩 치열한 토론을 붙기도 한다.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은 사람들이 실감하고 가늠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조직이란 것은 끊임없는 쇄신이 이루어져야만 현상유지나마 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만 한눈을 팔거나 매너리즘에 빠져도 조직의 말단부터 썩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썩기 시작한 조직은 걷잡을 수 없다. 이것을 회생시키려 노력하기보다는 아예 새로 시작하는게 낫다. 새로 시작하려면 모든 것을 다 갈아치워야 된다. 파킨슨은 심지어 그 건물까지 불살라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로 새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료화와 매너리즘이 조직에 끼치는 해악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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