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런치] 버로스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약류는 금지하고 있고 마약중독자의 끔찍한 생활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반인들은 마약이 나쁘고 자칫하면 인생을 파멸로 몰고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쾌락을 가져다 주는 것이길래 저토록 심한 금단현상에 시달리게 되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때 본드나 부탄가스를 한번씩 흡입하는 녀석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손에서 레이져가 나가고, 자기가 슈퍼맨이 된거 같은 환상에 빠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워낙에 평소에 뻥이 심한 녀석이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버로스의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 사실과 공상과 허상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마약을 하면 확실히 헛것이 보인다는게 맞는 말 같기는 하다. 새롭게 알게된 점은 마약을 한다고 해서 꼭 쾌락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모든 걱정, 권태로 부터 해방될 수 있으며 자신의 신발만 8시간씩 바라보고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독자의 경우는 온몸을 통하여 금단현상-피부병, 불안감 등이 오게 되므로 다시 안정을 찾기위해 마약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버로스는 마약중독자였고 이 작품의 상당부분도 마약에 취한상태에서 씌어졌다. 온갖 등장인물과 다양한 장소와 사건들이 그의 동성애적 취향과 마약에 대한 집착과 체포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인 상태에서 마구 나열된다. 조이스가 그의 위대한 작품들에 즐겨 썼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마약환자의 정신상태를 나열한 것이므로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크로넨버그가 이 작품을 영화화 하긴 했으나 원래 특별히 줄거리가 없는것에다가 그런대로 줄거리를 끼워맞춘것이라 버로스도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는 다른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약환자의 환상을 조명했다는데서 크로넨버그는 제대로 영화를 만든것임에는 틀림없다. 마약환자의 환상의 내용이란게 진중한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창작을 해야만 하는 예술가들은 이같은 마약의 효과을 빌려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신상태를 경험하고 거기서 떠오른 영감을 작품화 하기도 한다. 실정법과 창조의 욕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마약의 힘을 빌어 창조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예술의 관념성마저 도덕이나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것은 해묶은 검열논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하다. 이런 경우에는 죄는 미워해도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뒤집어서 마약쟁이는 미워해도 그로 인한 예술을 미워해서는 안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