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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겨울이라 더 좋았어"

이천 테르메덴에서 보낸 따뜻하고 행복했던 하루

by 광화문덕
한겨울에 만난 감기

이번 주는 술 야근으로 인해 내상을 많이 입은 탓에 주말 아침 기상이 버겁다. 나는 나대로, 아내님과 아드님은 그분들 나름대로 힘겨운 주말의 시작이다.


아드님과 아내님은 감기 기운과 밤새 사투를 벌인 탓에 몸이 나른함을 호소했다. 입맛도 없다며 아침 브런치를 내게 요구하지도 않았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스타벅스에서 브런치를 한다. 물론 내가 사는 것이다. KB국민카드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할인 조건(스타벅스 50% 월 최대 2만 원 한도)으로 온라인에서만 발급하는 것을 포착해 발급받았다. 샌드위치 3개와 커피 2잔, 음료 1잔을 만원 정도에 먹을 수 있어 가성비가 굉장히 좋다. 주말 아침에 식사를 준비하는 고단함과 설거지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난 가족에게 한 달에 2~3번은 호기롭게 외친다. "아빠가 오늘 아침은 쏜다"라고.

이틀 전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깬 나는 해장을 위해 라면을 끓였다. 김치를 듬뿍 넣어서. 하지만 아드님과 아내님은 아침을 거르셨다. 음이 편치 않았다.

흠........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주말인데 아내님과 아드님의 원기회복을 위한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우리의 행복한 주말을 위해서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오늘 하루를 즐겁고 알차고 행복하고 보람차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온천 어때?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나를 발견한 아내님은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오늘은 '온천 여행'을 제안을 해주셨다.


평소 반신욕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기에, 온천의 로망을 늘 꿈꾸는 나이기에, 물이라면 어디든 좋아하는 아드님이기에 아주 경쾌하고 큰 소리로 아드님과 난 "콜"을 외쳤다.

사실 기자 시절 겨울에는 온천이라는 글을 직접 쓰기도 했었다. 뉴미디어팀에 있을 때... 그때 보았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풍경, 하반신은 뜨거운 물속에 담그고 있지만 상반신은 추운 겨울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상상만 해도 짜릿한 그런 노천탕. 신선놀음을 하듯 앉아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흠뻑 정취에 빠질 수 있는 그런 곳....

테르메덴과 상관없는 사진이에요 ^^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곳
'이천 테르메덴'

사실 앞서 기자였을 때에는 글을 쓰며 이곳 명칭을 뺐다. 굳이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괜한 오해를 살까 두려워서다.


그런데 이번에 넣은 이유는... 기업인이 되고 보니... 긍정적 변화를 꾀했고 이를 소비자로서 인정했다면 업체명을 적어주는 것은 그들의 노고에 대한 응원과 배려라 생각하게 됐다.


기업은 끊임없이 생사의 기로에서 고민해야 한다. 초기 과감한 투자를 해서 꾸며놓은 곳인데,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폐업으로 이어진다.


테르메덴도 그러한 변화를 고민한 듯 보였다. 애경그룹이란 모그룹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리모델링이 큰 폭으로 돼 있었다. 변화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엿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네

해외에 호텔 리조트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인스타그램 등 요즘 젊은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인지, 포토존(?)에도 신경을 꽤 쓴 모습이다.


물론 포토존이라고 따로 표시돼 있진 않다. 다만 사진에 관심이 많은 내 기준에서 보면 예쁘게,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의도된 핫스팟 존이 있었고, 젊은 연인들과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은 테르메덴 설계자의 의도대로 사진 찍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이게 사실 수영복을 입고 있다 보니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주로 풍경 사진을 찍는 내게 이들의 모습은 자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분들에게 한 분 한 분 찾아가 동의를 얻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혹시나 집적거린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어 포기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멋진 사진을 보유하고 있으시다면 제 메일로 좀 보내주시면 출처 표기해서 올릴게요.
사실 많이 놀랐다

노천탕을 좋아하는 내게 예전 이곳은 춥기만 했던 기억이 컸다. 실외 수영장 물 온도가 너무 미지근해서 따뜻함을 좋아하는 내게는 야외 시설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간 테르메덴은 굉장히 따뜻하고 좋았다. 정말 노천탕에서 느끼는 따끈함이 주는 평온함이랄까. 다만 실외에 있는 곳을 이동할 때는 무자비할 정도로 매서운 추위를 젖은 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ㅎㅎㅎ

우리는 언제나 가성비를 따진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이 돈을 주고 갈만 한 가치가 있느냐다. 우리는 이곳에 정가를 주고는 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가로만 가야 한다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한 끼 식사도 해야 하는데 그런 비용을 모두 따지면 출혈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서다.

가격만 놓고 따지면 굳이 왕복 180킬로미터를 운전해 가서... 그 비용을 지불하자면... 차라리 호캉스를 즐기는 게 낫지 않을까...


다행히도 우리는 아내님의 폭풍 검색으로 우리는 3인 가족 할인 쿠폰을 찾아냈고, 현장 할인 가격보다 싼 가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아내님께서 생일이 지난 지 얼마 안 돼... 원래 계획은 우린 아내의 생일 혜택 할인을 받아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때문일까... 현장 직원은 우리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했고..... 좌절... 이미 와버린 상황이라 그냥 다시 돌아가기도... 아들은 이미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도 했고...... 아내는 부랴부랴 검색 삼매경... 드디어 60퍼센트 정도 할인받은 특가 티켓을 찾아내셨다. 난 아무리 찾아도 1인 대인, 소인 할인 티켓만 나오던데... 내공이 참 남다르심에 감탄하며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한다. 아내님께!!!

혹시나 우리보다 더 싼 가격에 들어가신 분들이 있을 수 있어 가격은......... 공개하지 않아요...... 아흑..

입장해서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따뜻한 물속 안정감과 교차되는 시원함(?)을 만끽하며 이날 하루를 즐겼다. 이날 우리는 12시쯤 도착해 저녁 6시쯤 나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우나 내 마련된 노천탕이었다. 아들과 난 샤워를 하고 50분 정도를 노천탕에서 반신욕을 함께 했다.

테르메덴과는 관련이 없는 사진이에요

노천탕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감상에 빠졌다. 기분이 묘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을 내 마음속에 각인하려 했다. 지금 이 풍경, 지금 이 감성... 이 모든 마음속 떠오르는 오묘함들 모두를...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하루

왕복 180킬로미터를 운전했지만 오늘 하루는 굉장히 보람 있고 뿌듯하고 행복했던 기억이라 글로 남긴다. 아드님과 아내님이 힘겨워하던 감기 기운도 온천에서는 꼼짝 못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드님은 깊은 잠에 빠졌고 아내님도 내게 고생했다며 당 보충 하라며 '콜라'를 사주셨다.


요즘 나는 가족 안에서 서로의 배려 속에 점점 더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행복을 찾고자 애쓰던 시절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내게 남은 건 애정 결핍 속 자아뿐이었다.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메말라가는 내 자아.... 반대급부적으로 더욱 비대해지며 나를 집어 삼길 듯 커졌던 내 결핍......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만을 위한 행복 찾기를 포기하고.... 행복이 없음을 인정하고 나니.... 내 자신을 위한 것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포기하니 행복이 찾아왔다.... 사실 행복이란 단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지금의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 커 늘 살얼음 위를 걸어야 한다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꼭 경험해 보시길...

혹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다면 한겨울이라 더 좋은 노천탕이 있는 온천을 즐기길 바란다. 겨울이라 더 매력적이었고 온 가족이 함께 해 더 좋았다.


온종일 따뜻한 온천을 기운을 받아서 일까. 다음 날 우린 스타벅스로 브런치를 하러 왔다.

기력을 회복했다. 가족 모두 얼굴이 밝다. 가장으로 참 뿌듯한 주일 아침이다. 요즘은 사는 게 참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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