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꿈속 비밀을 알아낸 날

내 질문이 잘못됐었구나...아빠가 열심히 이불 덮어줬다

by 광화문덕
아빠 점수 좀 따

아들은 보통 자신과 신나게 하루를 보내줬다고 생각하는 사람 옆에서 잠이 든다. 아내가 편히 잠을 자려면 내가 아들에게 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야 아들이 아들방에서 잠이 든다. 아직 혼자 자기엔 무섭다고 하여 그 옆엔 내가 함께 한다.


만약 내가 아들에게 점수를 얻지 못하면 아들은 아들방에 같이 누워있다가 바로 안방으로 휑하고 가버린다. 엄마품이 더 따뜻하고 좋은가보다... 나도 그래... 아들아...


어제는 내가 점수를 좀 딴 것 같다. 아들이 먼저 자신의 방에서 자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요새 날이 쌀쌀해져
새벽 공기가 많이 차다

보일러를 켰지만 온돌방이 아닌 침대에서는 온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다. 방기운은 따뜻한 걸 좋아하는 내겐 만족스럽지 못할 정도지만... 에너지를 아껴야 하니...


우리는 이불을 이중으로 덮고 누웠다. 아들은 꿈속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어서 금세 잠이 들곤 한다. 나도 이날은 금방 잠이 드는 것 같았다.


아들의 발차기

"턱턱턱턱턱"


아들이 이불을 발로 걷어내는 걸 느꼈다. 이불을 덮어줘야 한다는 무의식, 아빠로서 책임감이 잠든 나를 깨웠다.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문을 감았다.


"탁탁탁탁탁"


다시 일어나 눈을 뜨고 이불을 덮어줬다. 그러길 밤새 반복했다. 얼핏 세어보니 10번은 깬 것 같다.


"위이이이잉위이이이잉"


알람 진동이다. 오전 6시다. 이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눈이 안 떠진다. 조금만 더 누워있자.


"딸깍"


거실 불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7시 7분이다. 아내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깜짝 놀라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나왔다.

잠잘 때 아들의 발차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이렇게 글로 남길 만큼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일상생활이라고 할까...


곧이어 아들도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들!
오늘 꿈속에서 자전거 탔어?

오늘은 아들의 발길질이 너무도 잦았던 게 궁금해 아들에게 꿈속에서 자전가 탔냐고 물었다.


보통 아들은 내가 "아들 오늘은 무슨 꿈 꿨어?"라고 물으면 "꿈 안 꿨는데"라며 쿨하게 답하곤 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꿈속 이야기를 순순히 내게 전해준다.


"응 외발 자전거를 탔어"


귀를 의심했다. 꿈을 꿨다고 말하는 아들의 말이... 신기하기도 하여 감탄사를 더해 말을 건넸다.


"우와 신나게 탔나 본데! 어디에서 탔어?"


"응 우주에서 자전거 탔어"


생각지도 못한 '우주'란 이야기가 나오니 밤새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아들의 꿈속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우와~ 우주에서~ 무지 신났겠다~ 혹시 아빠 괴물이 자전거 타는데 못 타게 하고 그러진 않았어?"


우주에서 신나게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발길질로 멀어진 이불을 계속 덮어주고 했던 것이 생각나 미안한 감정이 들어 다시 물었다.


"아니 아빠는 꿈에 안 나왔어!"


아들은 다시 쿨내 진동하며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알게 된 아들의 꿈속 비밀. 늘 내게 꿈을 안 꿨다고 말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신나는 꿈을 꾸고 있었구나.


'이제 밤사이 이불 덮어주려고 일어나게 되면 아들의 발길질 등 행동을 좀 더 잘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아침에 그에 맞는 질문을 해봐야겠다'


사실 아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질문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들 오늘 학교에서 뭐 재미난 일 없었어?"


이렇게 물으면 늘 되돌아오는 답변은 짧고 단호하다..


"응 없었어"


하지만 아내와 나누는 대화를 보면 다양한 주제이고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늘 부러웠다. 그런데 이제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내 질문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구나

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게끔 질문한 게 아니라 난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아들이 그에 맞는 답을 하기에는 애매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이제 추상적이고 뻔한 내용이 아닌 아들의 행동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이것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봐야겠다.


아들은 불편부당하다. 엄마와 아빠 중 하루 동안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물론 아빠, 엄마 중에 누가 더 좋아라고 물으면 둘 다라고 말하지만 먼저 나오는 사람이 점수가 앞선 사람이다.


무언가 모르게 노곤한 하루의 시작이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하다. 아들이 밤새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고 우주에서 마음껏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아빠가 옆에서 지켜줬으니.


비록 우주에서 함께 하진 않았지만 난 꿈꾸고 있는 아들 옆을 지킨 있었다 생각하니 뭔가 뿌듯하다


아들, 기억해주렴


'아빠가 너 우주에서 신나게 외발자전거 탈 때 춥지 말라고 밤새 이불 열심히 덮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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