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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28. 2021

너의 죄책감을 내가 먹어주마

[광화문덕 시즌2: 나를 찾아서] 나는 부모님이 늘 그립다

캐러야 어디냐?

요새 연락이 뜸해진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까칠하면서도 내가 연락하면 늘 순순히 나오는 감사한(?) 후배다.


올 한 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내게 신랄한 조언도 해주고 때론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도 해 연말 밥이라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 추워 왜 안 와?"


우리 간의 대화 콘셉트는 서로 간의 존중과 까칠함 속에 오가는 정이다. 캐러는 평온함 속에 툭툭 츤데레 같은 후배다. 사실 후배라고 말하긴 하지만 나이는 한 살 차이라 친구 같은 사이다. 그래서 더 편히 서로에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도.

뭐 먹을까?

"순댓국 같은 거 괜찮아요?"


"그럼 날도 추운데 따끈한 국물 완전 좋지"


그리고 카톡으로 날아온 주소가 적힌 가게 이름. 와와소머리탕.

삼각지역 13번 출구

가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은 8 좌석이 전부다. 작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오랜 시간 운영해오신 듯했고 오랜 자부심이 느껴졌다.


식당 앞에서 캐러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아직 일행도 오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아있으면 영업에 방해가 되실 듯해서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마음이 그랬다. 노부부께서 하시는 곳이라 더 일하시는데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장님
소머리탕 2개 주세요

사장님께서 소머리탕에 들어갈 를 직접 잘라주셨다. 드디어 따끈한 소머리탕이 나왔다. 이곳 감성은 부모님이 생각나는 그런 곳이다. 


아담한 가게에 할아버님은 온돌에 앉아 고단한 몸을 기대어 계신다. 조금 전 가게 밖에 서 있을 때  할아버님은 가게문을 열고 나오셔서 직접 소머리탕 국물을 담았던 큰 솥(?)을 직접 닦으셨다. 연배는 내 아버지와 비슷하시거나 들어 보이셨지만 솥을 닦는 솔질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내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다.


식사를 하면서 이따금씩 할아버님과 마주치는 눈빛에서 아버지의 무심한 듯한 정이 느껴졌다.


할머님은 가게 주방 쪽인 입구 쪽에 계셨다. 고기를 잘라 소머리탕을 만들어주실 때도, 가져다주신 후에는 입구에서 앉아 우리가 잘 먹고 있는지 부모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는 듯했다.


엄마가 고생한 나를 안쓰럽게 바라봐주는 그런 정이랄까. 따뜻한 눈빛에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소머리탕을 먹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먹으며 위로받는 그런 느낌이다. 왠지 모르게 부모님이 생각나는 곳이다.


반찬은 옆에 통에 담겨 있는 김치와 파김치다. 파김치 오랜만이다. 집에서 먹던 파김치 맛이다. 짠듯하지만 소머리탕의 밍밍한 맛과 잘 어울린다.


"선배 저는 소머리탕에 소금 안 넣어 보여요"


캐러의 말이 맞다. 파김치와 김치와 같이 먹으면 굳이 소머리탕에 소금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간이 잘 맞았다.

우리는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캐러는 역시 밥을 먹으며 '라오킹(라이즈오브킹덤)'을 즐기고 있다.


'우리 아들이었으면 넌 나한테 혼났다. 밥 먹을 때 게임하면 안 된다 ㅋㅋㅋㅋㅋ'


나는 캐러를 어떻게 하면 약 올릴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나 혼자 캐러를 골려먹을 상상을 하면서 밥을 즐겁게 먹었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됐다.


"아.. 파김치를 너무 많이 잘라놨네... 이게 죄책감이 드는데..."


실제로 내가 봐도 죄송할 정도로 남았다.


"괜찮아 내가 먹어주마. 어제 내시 경해서 속이 뒤집어졌지만 내가 보기에도 파김치는 남기면 이걸 만드시느라 고생하신 어르신들께 죄송한 마음이네"


난 그냥 먹으면 짜고 매운 파김치를 입속으로 욱여넣었다. 그렇게 한 거의 다 비우니 캐러가 쿨하게 말한다.


"이제 됐어요 이 정도면 그만 먹어요"


역시나 이곳 식당을 다녀온 이들의 소감은 내가 느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마음을 담아 만들어주신 한 끼 식사 느낌이랄까.

캐러가 내게 소개해주는 곳은
늘 부모님을 그립게 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좋은 곳이다. 좌석은 8석이고, 방역지침에 따라 4인 이상 모임 금지지만, 이날 식당엔 우리 둘 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이 조심스럽다면 추운 겨울날 사랑하는 가족 또는 소중한 친구들과 소머리탕 한 그릇 하러 들려보길 권한다.


맛이 있고 없음의 가치가 아닌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다.

캐러야 이 글 보고 있냐
나 지금 속이 아직도 짜고 맵다
네이놈 캐러야!!!
너의 죄책감을 내가 먹어준 걸 기억하거라!!!
[글 표지 이미지 출처 알림]
- 표지 이미지로 사용한 파김치 사진은 2021년 3월 23일 마켓컬리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함께 제공한 사진임을 밝힙니다.

아래 내용은 이미지를 사용한데 따른 마켓컬리님들께 최소한의 도움은 드리고 싶어서 작성하였습니다.

당시 마켓컬리는 올해 김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당시 파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파김치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69% 증가했다는 게 주요 내용임.
마켓컬리 홍보/마케팅담당자님들 언제든 협업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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