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야박한 아빠인 것 같아 모처럼 호기를 부려봤지만...
아들의 시선
아들이 옆에 있는 아이의 장난감을 부러운 듯 뚫어지게 쳐다본다. 한번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잘 다스리는 게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너무 장난감을 안 사줬나 싶기도 하다. 주변 지인들이 올리는 애들 사진을 보면 장난감이 참 많던데... 내가 그동안 너무 인색했나 싶기도 하다.
옆에 동생이랑 같이 가지고 놀아야지
옆에 있는 아이의 할머니가 아들의 시선을 느끼셨는지... 손자한테 동생 한 번만 만져보게 해주라며 거듭 채근한다. 옆 아이는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또봇 변신 자동차 로봇을 가지고 있다.
아들은 작은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이 장난감은 얼마 전 회사 후배가 물려준 것이다.
옆 아이가 아들이 들고 있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가져갔다. 아들은 그걸 내주면서도 싫은 내색 하나 없다. 그저 큰 변신로봇만 쳐다볼 뿐이다.
할머니는 아들이 안타까웠는지 계속 손자한테 장난감 만져보게 해주라며 말을 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들리지 않는 듯했다.
옆에 있는 아이가 괜스레 얄미워졌다.
아들의 눈빛을 보니 내가 자존심이 상했다. 너무 속상했다. 오기가 발동했다. 다짐했다.
그래!!! 장난감 하나 사줘야겠어
아들과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로 왔다. 오면서 아들에게 "장난감 하나 사줄게"라며 호언장담했다. 아들은 신났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온몸으로 표현했다.
아들을 카트에 태우고 장난감을 보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무슨....
좀 전에 옆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발견했다. 또봇 변신 로봇... 내 손바닥만 한 게 6만 원 정도 했다. 깜짝 놀랐다. 2만~3만 원이면 하겠지 했는데... 너무 비싸다. 내가 도저히 사줄 수 없는 가격대다. 난 애들 장난감에 6만 원을 지출할 의사가 없다.
아들을 싼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2만 원 이하 장난감만 보도록 했다. 아들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들은 실망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은 자신이 장난감을 골랐을 때 내가 "이건 3만 원이 넘네"라고 하면 "이건 비싸서 안 돼"라고 말하며 스스로 체념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계속 골랐다.
애들 장난감은 너무 비쌌다. 조금 쓸만하다 싶으면 죄다 3만 원이 넘었다. 조잡해 보이는 제품들도 죄다 1만 원대였다.
아들은 신중했다. 고르고 고르길 반복했다. 하나를 골랐다가도 다른 게 마음에 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듯 무척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난 돈이 없어
이따금 이런 말도 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토록 아들 앞에서 "돈이 없어"란 말을 자주 사용했나... 싶었다.
아들은 고르고 내려놓고 또 골랐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르다가 행사하는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큼직한 박스에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1만1900원. 조그만 자동차 장난감도 9800원 이렇게 하는데 이렇게 큰 박스가 1만1900원이라니. 이걸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 이거 사서 가자! 이거 괜찮아?"
"응!!"
아들의 콧노래
아들이 콧노래를 부른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장난감 박스를 꼭 안고 있다.
아들이 내게 물었다.
"이거 누가 가져가면 어떡해?"
"아무도 안 가져가. 이거 아들 꺼야"
"응!!!"
"아들 기분 좋아?"
"네!!!"
잠든 모습
집에 들어와 아들은 잠이 들었다. 2시간 동안 장난감 자동차를 고민하고 고민하며 고르다 지친 모양이다. 아들 머리맡에 장난감 박스를 두고 나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 어릴 적 모습
사실 난 어릴 적 장난감을 사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늘 친구들 장난감을 빌려서 놀곤 했다. 그렇다 보니 어릴 적 새 제품이란 것에 애착이 강했다.
장난감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새 신발과 옷에 대한 기억은 있다.
중학교 시절 엄마와 함께 '길음시장'에 다니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 길음시장까지는 버스로 네 정거장 정도 됐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엄마와 난 늘 여기까지 걸어 다녔다. 거기서 엄마는 늘 배추 등과 함께 내 신발과 옷을 사주셨다. 매번은 아니고 내 신발이 더는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닳게 되면 사주시곤 했다. 옷도 지나가다가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통 크게 사주시곤 했다. '구르마'를 끌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새 신발이나 새 옷을 사 오면 집에 오자마자 착용해봤다. 다음 날 학교에 신거나 입고 갈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밤사이 누가 훔쳐갈까 봐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새 신발과 새 옷을 늘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꼭 껴안고 잠이 들기도 했다.
지금 아들의 마음이 이런 마음 아닐까...
아들을 키우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지금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
어릴 적 느꼈던 그 기분을 아들을 키우면서 다시 느낄 수 있음에 참 감사한 하루다.
머리가 백발이 됐을 때...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그 때 이글을 보면서 지금 느꼈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