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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03. 2016

#42. 난 프로파일러가 될거야

답답한 마음에 평소 의지하던 희동이 기자와 술한잔했다

오늘 시간돼?

마음이 울적하거나 고민이 생기면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았다. 방송사에서 일하던 베프 희동이 기자. 지금 생각해보니 둘리에 나오는 희동이를 닮았던 그였기에 여기서 나는 그를 희동이라 부를 것이다.


지글지글지글

종로3가에 있는 한 포장마차. 희동이와 마주 앉았다. 고기 굽는 냄새가 코로 스며든다. 우린 삼겹살 2인분에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난 희동이에게 참 많은 것을 의지했다. 희동이는 가정을 꾸렸고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는 늘 의젓했다. 아버지로서의 면모가 나로하여금 그를 존경하게 했다. 이런 듬직한 때에 난 그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직에 대한 고민

대표의 신입 연봉 인상은 후폭풍이 꽤 셌다. 여기저기서 이직을 알아보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나 역시도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고 있었다.


"나 요즘 고민이 많다"


"와? 뭔일 있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이날따라 마음의 안정을 더 주는 듯했다.


"넌 뭐할 거야? 평생 기자 할 거야?"


난 최근 들어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수시로 나 자신에게 던졌다.


 "아니. 난 기자 좀 하다가 프로파일러가 될거야"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profiler)는 증거가 불충분한 강력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과학적 심층 수사를 위해 투입되는 범죄심리분석관이다. 기자의 심층 및 탐사보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게 희동이의 설명이었다.


'아... 희동이는 역시 다르구나. 벌써 40대 계획을 다 짜 놨구나'

난 존경심 어린 눈으로 희동이를 바라봤다.


희동이는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곤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보거레이. 우리가 이 회사에서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으노. 기껏해야 마흔이다. 그리곤 우리도 선배들처럼 기사보다 그 외 업무를 보느라 정신없겠지. 난 그렇게 살기 싫다. 난 프로파일러가 될끼다."


희동이의 말이 맞았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30대 후반 40대가 대부분이었다. 50대는 없었다. 대표도 40대 후반이었다.


40대 부장들은 초창기 창업멤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도 더는 진급은 어려워 보였다. 국장은 외부에서 계속 영입됐다. 부장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부장을 10년, 20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부장급마저도 외부에서 영입됐다. 기존 창업멤버가 설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대표도 창업멤버의 목소리보다 외부에서 영입된 부장들에게 더 귀를 기울이는 듯해 보였다. 선배들도 술자리에서 이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통 부재

어느 순간부터 대표는 직원과 소통을 끊었다.


외부에 영업하러 다니느라 그럴 수도 있겠으나 밑에 직원이 보기에 변한 듯해 보였다.


나 역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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