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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08. 2016

#44. 브리핑 내용과 다르잖아

A일보에서 오보를 냈다

조간 모니터링

새벽 6시. 여느 날처럼 경찰서 기자실로 출근했다. 기자실은 휑했다. 이번에도 1등이다. 출근해 신문을 챙겨왔다. 경찰서 입구에 있는 초소같은 곳에 가면 기자실용 신문이 있다. 


물먹은 건 없나?

밤사이 사건 사고를 체크한다. 타사 기자의 '단독' 기사를 확인한다. 다행히 오늘은 특이사항이 없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런 날에는 지면에 실린 기사를 꼼꼼하게 살핀다. 어제 브리핑했던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 조간에 어떻게 실렸는지 궁금해졌다. 신문이란 한정된 지면에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떤 내용이 버려졌는지 알고 싶었다. 당시 난 사스마리 기사가 익숙하지 않았던 터였다. 


늘 말하지만, 신문은 내게 글쓰기에 있어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다. 

어... 이거 맞나?

A일보를 펼쳤다. 어제 브리핑했던 내용을 담은 기사가 5매 정도로 실렸다. 톱 기사 밑에 배치돼 있었다. 제목도 큼직하게 박혀 있었다.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그런데...


어제 내가 이해했던 내용과 너무 달랐다. 사실 어제 브리핑 내용이 어렵긴 했다. 낑낑대면서 기사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이해한 게 잘 못 됐었나?'라는 두려움에서다.


B일보를 들었다. C일보, D일보, E경제지 등 다른 신문 기사도 샅샅이 훑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기사도 모니터했다. 


휴 다행이다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 다른 기사는 내가 이해한 데로 적혀있었다. A일보에서 오보를 낸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이라인으로 눈을 향했다. 이름을 보니 모르는 이였다. 후배들에게 물었다. 


"이제 막 수습을 뗀 기자에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당시 난 경제지에서 종합지로 온 지 얼마 안 됐던터라 종합지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유력매체라고 다 제대로된 기사는 아니구나'

걱정이 됐다

오보가 났다. 이미 인쇄돼 전국에 뿌려졌다. 해당 매체 부수는 전국에서 상위 랭크다. 해당 매체에서 이 기자의 오보를 인지했다면 사회부장은 물론, 캡이 문책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경우 수습을 갓 뗀 기자와 그의 1진은 무참히 깨질 것이다...

한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혹시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를 그동안 썼던 적은 없었는지... 오보를 내고도 당당했던 적은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얼굴이 새빨개져 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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