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찌 Aug 29. 2020

아이스크림, 케익

가치의 상대성


햇빛 쨍쨍한 한 여름.

어느 한 제과점에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아이스크림.

상큼하고 발랄한 아이스크림은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얘들아 안녕? 난 아이스크림이야 잘 부탁해"


우선 반가운 얼굴로 빵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스크림.


"넌 뭘로 만들었니?"


빵은 바로 출신성분부터 물어본다.


"나? 얼음이랑 설탕, 우유..."

"그게 다야?"

"응?"


그 말 들은 빵은 아이스크림을 무시하며 자리를 떠난다.

옆에 듣고 있던 쿠키도 피한다.


'왜 저래?'


머쓱해진 아이스크림은 냉동고로 이동한다.


"넌 밀가루로 만든 게 아니라 그래."


속삭이듯 들리는 말에 아이스크림은 소리 나는 쪽을 봤다.

그곳엔 음료가 진열되어 있었다.


"여긴 빵이 메인인 제과점이야. 특히 계란이 많이 들어갈수록 비싸고 대접받지."

"빵의 심기를 건드리면 우리만 힘들어."


음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비싸든 뭐가 들어가든 맛있고 잘 팔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답답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눈에 띄는 친구가 보였다.


"쟤는 누구야?"

"케익이야. 특별한 친구야. 특별한 날과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지."


과연 케익은 그 크기답게 부드러운 생크림과 화려한 데코를 자랑했다.

그 주변엔 언제나 빵들과 쿠키들이 모여 있었다.


"케익아 팔릴 때 나도 같이 데리고 가주라"

"나도 나도!"


아이스크림은 그런 빵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

"덥다~ 더워~" "우선 아이스크림부터!"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에 반해 빵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아이스크림이 돋보일수록 비난은 심해지고 시기 질투하는 빵들은 늘어만 갔다.

계속되는 텃새에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을 기쁘게 찾아주는 손님들을 생각하며 참고 견뎠다.


"아이스크림아 고마워"


갑자기 들리는 따뜻한 말에 아이스크림은 두리번거렸다.

그곳엔 케익이 미소 짓고 있었다.


"너 덕분에 손님들 많이 오게 되고 우리까지 덩달아 찾아주는 것 같아."

"아... 아니야. 뭘 난 그냥 내 하던 일을 할 뿐인데..."

"난 네가 부러워."


그 말을 들은 아이스크림은  설렜고 케익의 달콤한 미소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빵과 쿠키들은 질투심에 불타올랐다.


"애들아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이 가장 인기 많은 거 말이 되니?"

"얼음덩어리 주제에... 우리들이 메인인데 속상하지."

"나에게 좋은 생각 있는데..."

"뭔데?"

" 오늘 밤 냉동고 전원을 내리는 거야."

"뭐? 그럼 아이스크림은 녹잖아."

"그럼 좋은 거 아냐?"

"그... 그렇지만..."

"우린 모두 밀가루로 만들었잖아 우리끼리 뭉쳐야지."

"..."


모두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낸 빵은 아이스크림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밤 모두 잠든 새벽.

빵은 냉동고의 코드를 뽑아버렸다.

그렇게 전기는 끊어졌고 냉동고는 작동을 멈췄다.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에 깬 아이스크림은 이상함을 느꼈다.


"얘들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긴 제과점이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아니라고!"

"나로 인해 손님들이 많이 오면 너네들도 덩달아 좋잖아!"

"뭐라고? 이런 건방진 얼음덩어리가!"


아이스크림은 서서히 녹았고 정신을 잃었다.

.

.

.

한참을 지났을까.

아이스크림은 정신이 들었다.

응? 분명 난 녹고 없어졌을 텐데?


"깼어?"


들리는 목소리에 정신 차린 아이스크림은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케익?!..."

"너 녹고 있을 때 케익이 달려와 감싸주더라. 아침에 그 모습을 발견한 주인이 널 가공해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만들었어. 이제 누구도 널 무시 못할 거야."


음료는 땀을 뻘뻘 흘리며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인 양 열심히 설명했다.


"그럼 케... 케익은 어딨는 거야?"


아이스크림은 자기 때문에 사라진 케익이 걱정되고 미안했다.

음료는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제 네가 케익이잖아."


이전 02화 아이와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