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오비탈 이론과 파동
원자가 결합 이론(Valence Bond Theory, VBT)를 알아봤으니 분자 오비탈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 MOT)도 알아보자. VBT에서 원자가 전자가 가장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MOT도 마찬가지로 분자 오비탈이 가장 핵심 단어가 된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분자의 전자는 분자 오비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말만 본다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VBT와 여러 개념을 익혔기에 묘하게 다르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 쉽게 느껴지지 않는 내용이므로 수식은 최소화하면서 기초적인 내용을 차근차근, 한 발씩 다가가 보자.
원자 오비탈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였다. 분자 오비탈은 원자 오비탈의 *선형 결합(LCAO, Linear Combination of the Atomic Orbital)으로 부터 얻을 수 있다.(분자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개략적인 해답) 이를 알아보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만 살펴보고 가자.
*선형 결합 : 수학에서 각 항에 상수를 곱하고 결과를 추가함으로써 일련의 항으로 구성된 표현식
우선, 겹침(overlap)이 가능한 필수조건을 정리해보자.
1. 오비탈의 대칭성 조건으로 겹침을 이루는 영역의 Ψ함수와 부호가 같아야 한다.
2. 원자 오비탈의 에너지가 비슷해야 한다.
3. 오비탈 간의 전자 간 또는 핵 간의 반발력이 증가하지 않을 정도에서 원자 간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할 때, 결합 전의 원자 오비탈 에너지보다 결합 후의 분자 오비탈 에너지가 더 낮아지고, 안정화된다.
앞서 결합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들이 있기에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방향, 거리가 맞아야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인간관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가, 소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사람이 만나 인연이 되듯, 분자는 이러한 조건이 맞아 결합이 된다.
앞서 오비탈을 알아볼 때 전자는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것(드브로이의 물질파 part)을 알았다. 따라서 그림 1과 같이 결합하는 두 원자의 파동 함수는 파동이기에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과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이 일어난다.
*보강 간섭 : 두 파동의 위상이 같을 경우, 진행하는 두 파동이 겹쳐 진폭이 커지는 현상
*상쇄 간섭 : 두 파동의 위상이 반대일 경우, 진행하는 두 파동이 겹쳐 진폭이 작아지거나 0이 되는 현상
이로 인해 그림 2와 같이 보강 간섭으로 형성된 분자 오비탈은 물결이 합쳐져 커지듯이 겹침이 일어나는 중심에 전자를 발견할 확률(전자 밀도)이 높아진다. 이는 bonding molecular orbital(결합 분자 오비탈)이 된다.
반대로 상쇄 간섭으로 형성된 분자 오비탈은 반대 물결이 합쳐져 상쇄되듯이 겹침이 일어나는 중심이 오히려 전자 밀도가 낮아져 마디(전자 밀도 : 0)가 되는 antibonding molecualr orbital(반결합 분자 오비탈)이 된다. 이는 결합에 *를 표기한다. (이하 이글에서 편의상 bonding molecular orbital은 bonding MO, antibonding molecualr orbital은 antibonding MO라 표기한다)
즉, 두 개의 원자 오비탈이 결합하여 두 개의 분자 오비탈을 형성한다. 이때, bonding MO은 원자 오비탈보다 낮은 에너지를, antibonding MO은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제 이 내용들을 적용하여 보자. 분자 오비탈은 원자 오비탈의 선형 결합으로 식 1로 나타낸다. 여기서 보강 간섭은 더하기를, 상쇄 간섭은 빼기로 나타낸다.
여기서 겹침의 첫 번째 조건인 파동 함수의 부호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오비탈을 알아볼 때 p 오비탈에서 두 로브의 부호가 다른 것을 보았다. 당시 불필요해 보였던 개념이 여기서 사용된다.
다시 말해 더하기로 bonding MO이, 빼기로 antibonding MO가 그림 4와 같이 형성된다. 여기서 헷갈릴 수 있는 요소가 하나 있어서 살펴보고 가자. 이야기하였던 것과 달리 p 오비탈에서 왜??라는 곳이 있다. 바로 p 오비탈끼리 결합하여 δ bonding MO경우, 수식에서 빼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혼성 오비탈의 수식에서 부호는 방향을 나타내었다. 여기서도 -는 방향(반전)을 나타낸다.
결합하는 p 오비탈이 같은 부호를 가진 로브가 겹치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 보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하나는 방향이 →(+), 다른 하나는 방향이 ←(-) 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부호가 반대가 되어 bonding MO 빼기로, antibonding MO 더하기로 나타내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π-bond는 왜 부호가 같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방향을 향해야지만 서로 같은 부호(색)의 로브가 겹칠 수 있어 bonding MO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자 오비탈은 그림 5와 같이 에너지 준위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낼 수 있다. 양쪽에 결합하는 원자 오비탈을, 그 가운데에 결합하여 형성되는 분자 오비탈을 나타낸다. 여기서 설명을 위해 처음 보는 기호들을 살펴보고 가자.
δ와 π는 VBT에서와 동일하여 bonding MO을 뜻하고, 그 윗 첨자에 표시된 *는 antibonding MO을 뜻한다. 그리고 아랫 첨자로 표시된 g와 u는 분자의 중심으로 대칭(반전 대칭)이면 g(gerade), 비대칭이면 u(ungerade)을 뜻한다. 그 옆에는 분자 오비탈에 참여한 원자 오비탈을 표기한다.
더 자세히 본다면 δ라는 표현은 핵 간을 연결하는 축(internuclear axis)에 대하여 대칭(symmetric)하는 오비탈을 뜻하고 π는 반 대칭(antisymmetric, 부호 반대)을 뜻한다. 따라서 δ*는 핵 간 축에 대해 대칭성이 유지되며, 핵을 연결하는 축의 수직 방향에 마디를 갖게 된다. δ, π, *는 반드시 표기하나 나머지는 표기를 생략하기도 한다.
이제 분자 오비탈 에너지 준위 다이어그램(이하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법을 알아보자.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앞의 내용들을 그대로 넣으면 된다.
양쪽에 결합하는 원자 오비탈을, 그 가운데 결합하는 원자 오비탈의 수만큼 분자 오비탈이 형성된다. 그리고 bonding MO는 원자 오비탈 보다 낮게, antibonding MO 높게 나타낸다. 여기서 bonding MO와 원자 오비탈의 차이, antibonding MO와 원자 오비탈의 차이는 같지 않다. antibonding MO와 원자 오비탈의 차이가 조금 더 크다.
s오비탈의 경우 δ-bond만을 하기 때문에 분자 오비탈은 간단하다. 하지만 p 오비탈에는 π-bond도 있다. π-bond의 특성을 적용하면 이도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p 오비탈에서 가능한 π-bond는 두 개다. 따라서 생성되는 π 오비탈 두 개와 π* 오비탈 두 개가 형성된다. 즉, 앞의 정의로 말해본다면 2 개의 p 오비탈이 결합하여 2개의 δ 분자 오비탈을 형성하고, 4개의 p 오비탈이 결합하여 4개의 π 분자 오비탈을 형성하는 것이다.
π-bond는 δ-bond보다 안정되는 에너지가 작다. 즉, 원자 오비탈과의 차이가 작다. 따라서 π는 δ보다 에너지가 높게 위치하며, 그에 따라 π*는 δ*보다 에너지가 낮게 위치한다. 다르게 말해 π와 π*는 δ와 δ* 사이에 존재한다. 이를 그림 8과 같이 나타낸다.
그럼 비결합 오비탈은 어떻게 나타낼까? 이는 단순하다. 결합하지 않으므로 원자 오비탈 그대로 남아있다. 따라서 비결합 오비탈은 원자 오비탈과 에너지가 같은 높이에 표기한다.(이후 그림 13. HF 분자 오비탈 다이어그램)
몇 가지를 예를 통해 다이어그램에 대한 감각을 익혀 보자. 우선은 가장 단순한 H-H, 수소 분자부터 시작하자. 수소 원자는 1s 오비탈에 전자 하나가 존재한다. 이 둘이 결합하면 위에 내용에 따라 분자 오비탈은 그림 5와 같이 된다.
그럼 전자는 어떻게 채워질까? 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전자는 에너지가 낮은 순으로 채워진다. 따라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δ MO에 위치한다. 또한 원자 오비탈과 동일하게 하나의 분자 오비탈에 2개의 전자가 채워지며 파울의 배타원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H2의 분자 오비탈은 그림 9와 같이 그려진다.
다음은 p 오비탈이 있는 O2, 산소 분자이다. 에너지가 낮은 순으로 그리면 1s 오비탈의 δ, δ*, 2s 오비탈의 δ, δ*, 2p 오비탈의 δ, π, π*, δ*이 된다. 여기에 차례대로 전자를 채우면 π까지 전자를 가득 채운 후, π*에 한 개씩 전자가 들어가게 된다. 이 π*의 홀전자는 산소 분자가 상자기성을 띠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앞서, VBT와 Lewis구조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상자기성(paramagnetic) : 자기장에 물질이 끌려가는 성질, 홀전자를 가짐으로써 가지는 성질이다. 이로 인해 액체 산소는 자석에 달라붙는다. ↔반자기성(diamagnetic)
여기서 결합 차수(bond order)로 결합수를 알 수 있다. 결합 차수는 1/2(bonding MO의 전자 수 – antibonding MO의 전자 수)이다. O2의 경우 bonding MO의 전자 수는 10개, antibonding MO의 전자 수는 6개 이므로 결합 차수는 2가 된다. 따라서 이중결합으로 결합한 산소 분자가 가장 안정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원자가 전자의 수만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 이때, 결합 차수가 반드시 정수이지 않아도 된다.
B2는 앞서의 내용에 따르면 마지막 전자는 δ(2p)에 두 개의 전자가 채워지면서 반자기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상자기성이다. 왜 그럴까?
오비탈은 에너지가 비슷하고, 대칭성이 같을 때 서로 상호작용한다. 결합 조건에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는 이미 결합한 분자 오비탈도 마찬가지다. 즉, 분자 오비탈끼리 혹은 분자 오비탈과 결합하지 않은 원자 오비탈과도 상호작용 가능하다. 위의 조건만 맞다면 말이다. 커다란 바다의 해류들이 서로 상호작용 하듯이 분자 오비탈들도 서로 상호작용한다.
그 결과 에너지 준위가 낮은 오비탈은 더욱 낮아지고, 에너지 준위가 높은 오비탈은 더욱 높아진다. B2의 경우 δ(2s)와 δ(2p)의 상호작용으로 δ(2s)의 에너지 준위는 낮춰지고 δ(2p) 오비탈은 에너지 준위가 높아진다. 이와 유사하게 δ*(2s)와 δ*(2p)도 상호작용하여 δ*(2s)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를 낮추고 δ*(2p)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를 높인다. 이를 혼합(mixing)이라 한다. 그 결과, δ(2p)가 π(2p) 보다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갖게 된다.
이렇게 혼합된 분자 오비탈에 전자를 채우면 B2의 경우 π에 하나씩 홀전자가 채워지게 된다. 따라서 B2가 상자기성이 된다. 이와 같이 혼합은 2주기 원자인 Li2, Be2, B2, C2, N2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같은 원자끼리가 아닌 다른 종류의 원자와 결합한 분자 오비탈을 알아보자. 앞의 예시와 가장 큰 차이는 에너지 준위(energy level)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 오비탈 간의 상호작용은 약하다. 물론 겹침의 조건이 맞아야 하므로 에너지가 비슷해야만 결합이 가능하다. 많은 에너지 차이는 결합을 할 수 없다. 나머지는 앞서 예시와 동일하여 그림 12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예시에 나타낸 분자 오비탈은 CO(일산화탄소)이다. C와 O의 에너지 차이가 있으나 크지 않아 서로 상호작용한다. CO의 전자 수는 N2(질소)와 같다. 그리하여 N2의 분자 오비탈과 유사한 전자 배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자 번호가 많이 차이 나는 경우 1s 오비탈과 1s 오비탈의 에너지 차이가 커서 결합을 할 수 없다. 그에 따라 에너지가 비슷한 오비탈과 결합하게 된다. HF의 경우 H(수소)와 F(불소)의 원자 번호는 1(수소)과 9(불소)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에 따라 H의 1s 오비탈과 F의 1s 오비탈의 큰 에너지 차이로 결합할 수 없어, H의 1s 오비탈과 F의 2p 오비탈이 결합을 이루게 된다. 이를 분자 오비탈로 나타내면 그림 13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때 하나의 p 오비탈을 제외한 나머지 오비탈과는 방향성이 맞지 않아 상호작용할 수 없다. 따라서 나머지 p오비탈은 비결합성 오비탈로서 그대로 남게 된다.
추가로 원자가 다르기에 결합에서 양쪽의 원자핵들이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가 다르다. 이를 전기음성도(electronegativity)라 하며, 값이 클수록 전자를 당기는 정도가 크다. 따라서 bonding MO는 전기음성도가 더 큰 원자의 원자핵에 가까이 위치하며 형태 또한 그 원자 오비탈에 유사하다. 하지만 antibonding MO는 그 반대가 된다.
HF의 경우에는 F가 H보다 전기음성도가 크다. 따라서 bonding MO은 F의 2p 오비탈에, antibonding MO은 H의 1s 오비탈에 더 근접하고 유사하다. 전기음성도는 반응에서도 큰 영향을 주므로 기억해두자.
반응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있다. 분자 오비탈에서 전자가 채워진 가장 에너지가 높은 오비탈을 HOMO(hight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 최고 점유 분자 오비탈)라 하고, 그 위에 위치한 전자가 없는 가장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을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 최저 비점유 분자 오비탈)라 한다. 이들은 전자가 채워지고 채워지지 않는 경계에 있으므로 frontier orbital(경계 오비탈)이라고 한다.
이는 반응에서 전자를 주고받는 이(electron donor와 accepter)가 된다. 그리고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가 HOMO에서 비어있는 LUMO로 전자가 이동하여 excited state(들뜬 상태)된다. 이로서 반응이 일어나 색을 나타내거나 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어난다. 이후 글에서 또다시 등장하므로 기억해 두자! 그리고 배터리와 발광소재에서 기본적인 용어로써 많이 등장하므로 알아두면 유용하다.
앞서 예시보다 더 큰 분자들의 오비탈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원자가 결합할수록 당연히 분자 오비탈도 복잡해진다. 또한 group theory(군론)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는 기회가 된다면 더 심화 과정에서 살펴보고,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특이한 물(H2O) 분자를 예시로 살짝 보고 느껴보기만 하자.
MOT를 살펴보면서 그 속에서 VBT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VBT를 보완하는 상위 개념의 이론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VBT로 결합을 설명하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MOT도 다분자로 갈수록 분자 오비탈로 나타내기 어려우며 완전하지 않다. 그렇기에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Lewis구조와 VBT를 아직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모두 상호보완적으로 결합, 분자들을 설명할 수 있기에 모든 이론을 차례대로 살펴본 것이다.
VBT와 MOT, 두 이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자의 편재화(localization)와 비편재화(delocalization)이다. VBT의 경우 결합이 되더라도 원자 오비탈에 속해 있으므로 분자이지만 특정 원자에 전자의 위치가 특정되어 있다. 하지만 MOT의 경우,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분자 오비탈에 전자가 속해 있으므로 전자가 한 원자에 특정되어 있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그에 따라 VBT는 원자 오비탈에서 전자가 존재하지만 MOT는 원자 오비탈에 의해 형성된 분자 오비탈에 전자가 존재한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만들듯이 각각 1s 원자 오비탈(AO)에 존재하던 전자가 만나 δ bonding MO를 만들어 그곳에 존재한다. 분자 오비탈로 이어져 원자를 ‘분자’란 하나로 만든다.
원자핵은 전자에 비해 1800배 넘게 무겁기에 원자핵의 움직임은 전자에 비하면 정지한 것으로 가정한다.(보른-오펜하이머 근사법, Born-Oppenheimer approximation) 즉, 전자가 움직여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구성하는 학교, 회사, 국가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이것들을 구성한다. 학교명, 회사명, 국가명을 부르면 건물과 인프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대학교를 예로 든다면 캠퍼스다. 캠퍼스는 원자핵처럼 흐르지 않는다. 캠퍼스가 상징이며, 특징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기능을 발휘되지 않는다. 캠퍼스에서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학생, 교수, 직원들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에 따라 특징이 발휘된다. 분자도 전자가 움직임으로써 그것만의 기능과 특징이 드러난다.
우리는 원자 오비탈이라는 가정에서 나와 서로가 만나 학교, 회사라는 분자 오비탈을 구성한다. 그렇기에 원자 오비탈에 따라 분자 오비탈이 달라지므로 구성원의 움직임에 따라 그 집단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반대로 말해 분자가 됨에 따라 전자는 전과 다른 움직임을 가진다. 우리도 학교나 회사같이 새로운 집단에 속하게 됨에 따라 움직임을 달리 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이 추가되거나 변한다면 움직임을 또 달리 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행동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결과만을 본다면 전자는 분자가 됨에 따라 행동을 쉽게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앞서 살펴봤던 결합에 관한 이야기들을 본다면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조건들이 들어맞아야 했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에너지가 들어가고 나간다.
우리가 보았던 분자 오비탈은 이미 그 과정이 끝나고 안정화된 상태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일이나 달라진 환경에서 익숙해지거나 능숙해졌을 때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니 우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회사를 입사했을 때, 심지어 반이 바꿨을 때, 부서가 바꿨을 때 힘들고 지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곳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결합을 이루는 원자 또는 분자와 맞기 때문이다. HF처럼 1s 원자 오비탈 에너지가 너무 차이 난다면 비슷한 에너지의 오비탈을 찾아 결합하면 된다. 또한 모든 오비탈을 결합할 필요도 없다. 일부를 결합하고, 일부를 비결합 오비탈로 남겨놔도 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충분히 안정되기 때문이다.
허나 분자 오비탈에는 bonding MO만 있는 것은 아니다. antibonding MO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잘 맞는 이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잘 맞는 이와는 안정되지만 그 반대는 불안정해진다. 불안정이 너무 크다면 그곳에서 벗아나는 것이 훨씬 안정된다. 그렇다면 antibonding MO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변화이다. 분자는 불안정하다면 그 높은 에너지를 이용해 이내 다른 원자나 분자와 반응하여 변화하게 된다. 앞서 반응 부분에서 익혔던 excited state(재밌는 상태)로서 역할을 한다. 이는 차후 HOMO와 LUMO의 반응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원자가 분리되거나 다른 원자 또는 다른 분자와 결합을 더 하여 더 모두가 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과 집단은 어떨까? 자신, 상대, 정체성, 관계, 사고 등 어떤 부분이나 전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세상은 그대로 있지 않다. 계속 변해간다. 그렇다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현재 antibonding MO에 더 많은 전자가 있다면 지금이 변해야 할 적절한 시기이다.
사람은 움직이고 에너지가 있기에 파동성을 가진다. 전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사람은 파동을 느낀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합이 잘 맞는다'는 표현을 한다. 어떤 이와 같이 일을 했을 때, 보다 쉽고 나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또한 그 반대도 있다. 일뿐 아니라 단순한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쉽게 죽이 잘 맞아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도 있고, 그 반대도 있으며, 노력이 필요한 이도 있다.
이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일으키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파동이 아주 커질 때도 있고, 오히려 0이 될 때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 속에서 1+1 = 2라는 방정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느끼게 된다.
또한 파동이 변하게 되면 다른 관계 속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관계는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에 변화가 된다. 한 명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전체가 변하고, 한 명의 기분이 달라진 것으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사람 간의 파동성을 확대하면 앞서 말한 가정, 학교, 회사,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같은 집단의 파동이 된다. 동핵 이원자는 같은 파동으로 간단한 분자 오비탈을 이루었으나, 이핵 이원자로 가면 다른 파동으로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 했고, 물 분자만 되더라도 더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함에 따라 분자 오비탈이 더 복잡해졌다. 또한 거기서 원자 하나만 추가하더라도 전체는 변하였다. 그러니 이 세상의 파동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며, 사람들 속에서 사는 한 모든 이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서로 다른 파동을 부딪히며 인류라는 분자 오비탈을 만들어 유지하여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인류에서 개인은 아주 작은 파동 일지 모르지만 그 가치의 시작은 그것을 이루려는 각각의 자신이 가진 파동이다.
우리의 파동은 보강 간섭일까? 상쇄 간섭일까?
Chemistry And Life. 2022, 1, 13~15
Clayden, Greeves, Warren and Worthers 『Organic chemistry』, Oxford University Press(2001), p95~103
Gray L. Miessler, Donald A. Tarr 『Inorganic chemistry』, 김정, 김주창, 박영태, 이진규, 정진승, 최문근 공역, 자유아카데미(2005), p127~165
이번에도 오래 걸렸지요. 어렵기보다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내용이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줄 알았지만 더 걸렸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 깊이라고 해야 할까요?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이유로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고등학교 고급 화학을 알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루어 보았습니다. 거기다 현상만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 이유를 추가하였습니다. 그 이유에 이유도 있지만 그것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기에 앞 글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래서 지식을 쌓는다고 하겠지요. 반대로 그래서 어렵습니다...
또, 공명을 먼저 쓰고 있었으나 MOT를 하는 것이 '관계'에 관해 논할 때 더 좋을 거 같아 주제를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잘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전공서도 다 차례가 다르고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결혼 생활에 비추어 써보려고 했으나 아직 미혼이라 적절하지 않은 거 같네요. 분자 오비탈은 딱 새로운 가정이 맞는 거 같은데 말이죠. 서로의 오비탈을 맞추며 안정화되고 거기다 아이가 생기면 전체가 다시 변하는 것처럼 비유할 수 있을 거 같으나 경험이 없어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제가 결혼하게 되면 다시 써봐야겠습니다.
이번 글이 늦어지면서 게을러진 거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다른 글도 쓰고 있기에 더 시간이 걸린 것도 있지만 완전한 이유는 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음 글인 공명 글이 끝나면 공모전을 위해 모든 글을 읽고 수정할 예정이라 짧은 글만을 보여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정확한 계획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이번 공모전에는 더 많은 작품을 뽑기에 꼭 당선되고 싶습니다.
본격적인 휴가 시작이라 업로드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너무~~ 늦어지는 거 같아 올리는 것이 옳은 거 같습니다. 또한 여유 있게 휴가에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오랜만이라 사설이 더 길었네요. 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드리며, 휴가 즐겁게 보내시고, 더위 조심하세요~